[오늘의 설교] 아! 이런 사람 하나쯤

입력 2021-05-11 03:08

요즘 같은 혼돈과 불확실 시대 속에서 성도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세상은 물질주의와 무한경쟁의 궤도에서 우리가 이탈하지 못하도록 문명의 이기에 빠지게 합니다. 성취의 찰나적 행복을 영원의 보상이라도 되는 것 같이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본문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핍박과 위협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도래하기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하나님 백성으로 살아가는 영광과 자존감을 얘기합니다. 세상이 버린 그 돌(예수 그리스도)을 삶의 근본으로 삼고 교회의 존재 이유로 삼아 살아가야 한다고 권면하고 있습니다.(7절)

성도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또한 자신과 교회 공동체가 날마다 더 높은 세상의 요구에 부응하는 성장(성화)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여야 합니다.(2절) 이 성화의 과정에서 성도는 세상의 방식이 아닌 주님의 기준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세상의 상식과 하나님을 상실하고 자신이 신이 돼 살아가는 배반의 삶에서 돌아서야 합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세상을 향한 항거는 없습니다. 세상을 향해 집단의 정치적 힘을 보이지 않아도 교회와 성도는 얼마든지 세상을 거부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돌아섬의 결단이 창조 질서를 버리고 파멸의 길을 가는 세상에 경고가 될 겁니다. 이런 행동을 세상 사람들은 실패라고 말하고 미련한 짓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성경은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선포(9절)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강탈하고, 자기 자식의 출세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자식의 기회를 빼앗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몫을 차지하는 것을 능력이고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도는 세상이 버린 예수의 삶을 따르며 세상이 폐기 처분한 공동체의 실현을 교회를 통해 실천하고(5절), 타인의 구원과 성화를 위한 제사장적(9절) 삶을 살아가는 존재여야 합니다. 무한경쟁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배고픈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바보의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교회의 위상은 정치인들을 향했던 혐오의 수준을 넘어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존재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만은 아닙니다. 슬그머니 세상의 방식을 교회 안으로 받아들인 작은 타협의 찌꺼기들이 쌓여 오늘의 이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본문 말씀은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회복의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본문은 우리보다 더 힘들고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하나님이 이때를 위해 택하신 성도들을 타락한 세상을 향한 제사장으로 사용하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세상이 비웃고 패배자의 방식이라고 단정한 성도의 삶이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희망이고 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권력과 방식으로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신 버려진 돌 주님이 부활하셨고, 주님의 약속대로 성령 받은 신자들의 거룩한 빛이 아직 세상에 필요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9절)

인간의 탐욕이 빗어낸 감염병의 위협이나 최첨단의 문명이 인간의 이기적이고 현세적인 삶을 최고의 가치라고 유혹해도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가 마음에 심겨진 하나님의 백성들이 아직 교회를 통해 존재하는 한 교회는 세상의 희망입니다. 또한 교회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게 하는 제사장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세상의 도피성입니다. 이런 희망의 빛을 간직한 영성의 사람들이 다시 도처에서 일어나 무너져 가는 한국 사회를 세우고 교회의 교회다움을 지키는 회복과 부흥의 역사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 이런 남은 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 앞에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류기성 머릿돌교회 목사 (백석대신총회 사무총장)

◇머릿돌교회는 도시 속 생활공동체로서 교회 실현을 비전으로 초대교회의 영성을 현대인의 삶에 접목시키고자 2000년 경기도 구리에 설립된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