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가능성 언급한 옐런, 제로금리 종료 예고?

입력 2021-05-06 04:03
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사진) 미국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제로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상을 일축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기 과열 양상을 우려한 탓이다.

옐런 장관은 4일(현지시간)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정부 지출을 언급하며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수차례의 재정 부양 패키지가 집행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인프라 투자 계획까지 시행되면 막대한 돈이 시장에 풀린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미 미국은 현재까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포함해 코로나19 대응에 총 5조3000억 달러(약 5957조원)를 지출한 상태다. 본예산 외에 이 정도의 대규모 추가 재정이 투입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로 4조 달러(약 4496조원)의 추가 지출을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2.6% 급등하는 등 미 경제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을 웃돌고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키는 부분이다.

옐런 장관의 발언도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추가 지출이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매우 완만한 수준의 금리 인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바이든 정부의 재정 지출에 대해 “미국 경제를 경쟁력 있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투자”라며 “추가 부양책의 비용이 크긴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미 연준 의장이기도 한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언급은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8% 급락한 1만3633.50을 기록했다.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4% 내린 127.85달러에 마감했으며 테슬라와 아마존 주가는 각각 1.65%, 2.20% 내렸다.

논란이 커지자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 협의회 서밋’ 행사에서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연준이 대응할 수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