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죽다 깨어난 몸이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뛰어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1일 경남 김해시에서 물에 잠긴 자동차에 갇힌 일가족을 구한 김기문(56)씨는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구조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반신 장애가 있는 김씨는 사고 현장을 보자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 김씨는 봉곡천 옆 둑에서 낚시를 하던 중 근처 좁은 교량에서 한 차량이 마주 오던 차량에 길을 비켜주다가 농수로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김씨는 바로 흙탕물로 뛰어들었다. 물속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더듬거리며 차문을 열고 3명을 구해냈다. 이들이 무사한걸 확인한 김씨는 아무런 일도 없던 듯 다시 낚시를 하러 갔다.
김씨는 아이 어머니를 구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김씨는 “힘겹게 문을 여니 여성의 머리카락이 흙탕물 위에 떠 있었다. 다급히 목을 안고 물 밖으로 끌어올리니 숨을 몰아쉬었다”며 “숨이 터지자 아들을 찾더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김씨는 이를 ‘마지막 숨’이라고 표현했다.
김씨 역시 ‘마지막 숨’을 쉬어본 적이 있다. 김씨는 2014년 공장에서 엎드려서 일하던 중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기계와 바닥 사이 간격은 6㎝에 불과했다. 갈비뼈가 부서지고 폐가 짓눌린 김씨는 죽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기계가 빠지고 ‘마지막 숨’이 트였다. 김씨는 “그순간 공장의 먼지 섞인 공기조차 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을 경험했던 김씨는 자신과 같은 순간을 겪고 있을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김씨는 “응급조치요원, 의사, 중환자실 간호사들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다. 그들 덕분에 새로 사는 삶이라, 나도 다른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 생명을 얻었기에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며 “기계를 잘못 조작해 나를 짓누른 사람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로 김씨는 4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재활을 통해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인공항문을 달고 있는 상태다. 배에 힘을 주면 창자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사고로 일을 하지 못하면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낚시를 시작했다. 사고가 있던 날도 낚시를 하던 중이었다.
LG복지재단은 김씨에게 LG의인상을 수상하기로 했다. 마침 이날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김씨는 “장애인이라도 용기만 내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며 “힘 내고 좌절하지 않으면 다 살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