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마침내 타결됐다. 2년을 끈 볼썽사나운 분쟁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전신인 LG화학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분쟁은 미국 변호사 잇속만 챙겨준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양사 모두에 이로울 게 없는 이전투구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우리시간 12일 오전) 직전 이뤄진 양사의 극적 타결로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 간 진흙탕 싸움을 그만 보게 됐다. 만시지탄이다. 정부까지 나서 원만한 합의를 종용했음에도 각자의 길을 고수하던 양사가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엔 바이든 행정부의 역할도 일정 부분 있었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고, LG에너지솔루션은 피해 규모에 합당한 합의금을 받게 됐다는 측면에서 이 합의는 최악은 피했으나 잃은 것도 적지 않다.
자동차 배터리는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몇 안되는 업종이다. 지난해 기준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 29.6%로 2위, SK이노베이션이 5.9%로 6위였다. 5위 삼성SDI의 점유율(6.5%)까지 합해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42%를 우리 기업이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대표산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독일 폭스바겐이 최근 K 배터리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쓰겠다고 선언한 사례에서 보듯 세계 배터리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 기업끼리 치고받고 싸울 형편이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협력은 못할망정 우리 기업끼리 내부 총질은 K 배터리 산업 발전에 하등 이로울 게 없다.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을 생략하려다 사달이 났다. 국내시장에서든, 해외시장에서든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사설] 상처투성이 LG·SK 배터리 분쟁 합의, 만시지탄이다
입력 2021-04-1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