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기

입력 2021-03-12 03:04

표지에 나온 부정, 혹은 부정신학이란 단어에 흠칫 놀라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여기서 부정이란 어떠한 대상을 이해하고 정의할 때 그 대상에 대한 설명 중 잘못된 것을 지워나감으로써 더 온전하고 확실한 개념에 도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책에선 여기에 더해 그 대상 스스로가 자기를 반성하고 변모하는 과정까지 도전한다. 상황신학 분야에 공헌을 남긴 조직신학자인 저자의 이력을 보면 부정신학은 시대의 고민이 투영된 신학임을 알 수 있다.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6가지 질문의 면면은 다소 충격적이다. 대부분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 신앙의 사고와 형태를 규정하는 것들이다. 성경과 교리, 교회와 진리처럼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표현과 신앙 형태를 나타내는 도덕과 문화가 그것이다. 책 제목보다 더 파격적인 각 장의 제목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 ‘~이 아니다’란 제목은 기독교에서 그것을 지워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더 깊이 고민해보자는 의미다.

‘성서의 종교가 아니다’란 표현은 자칫 불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지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겸손의 회복을 의미한다. ‘교리가 아니다’란 표현은 교리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책에서 교리는 신앙을 성찰하는 학문 활동의 산물이자 그리스도교에 속한 주요 요소로 언급된다. 교회를 다루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화된 종교로의 전락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교회를 부정한다는 게 아니다. 진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삼위일체의 개념에 근거한 관계적 존재론을 언급한다. 저자는 공동체신앙에 뿌리를 두고 사랑의 관계를 삶으로 구현해야 할 그 뭔가가 진리라고 말한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고민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본질을 가리던 부정적 요소를 드러내 이를 걷어낼 것과 다시금 본질로 회귀할 것을 촉구한다. 이런 고민의 바탕은 피조물이 창조주를 정의할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겸손의 부재에 대한 깊은 반성이다. 유한이 결코 무한을 담아낼 수 없다. 이 신비를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을 바르게 경외할 수 있다. 그래야 어느 특정한 문화나 교리, 어느 특정한 해석과 교회의 형태가 그리스도교를 함부로 대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신앙의 형태가 그저 도덕을 지키는 것으로 단순화되지 않을 것이고, 극히 개인화된 신앙의 형태가 공동체를 통해 진리를 발현하는 형태로 회복될 것이다.

사유의 빈곤을 은혜라는 명목하에 단순한 구호 몇 마디로 채워 넣은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해본다. 책의 결과보단 고민과 생각의 흐름을 더 주목해 읽어보길 권한다. 본인이 서 있는 자리를 함부로 박차고 나오길 권면하는 책이 아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더 단단하게 다져 줄 책이다.

이재웅 부장 (좋은씨앗 영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