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프로스포츠에서 징계성 임의탈퇴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도입 취지와 달리 프로 구단이 사실상 징계수단으로 써온 사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구단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보완책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임의탈퇴 등 제도 전반을 개편하는 표준계약서안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정·전용기 의원실 주관으로 22일 ‘체육 분야 표준계약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전날 야구 축구 농구(남·여) 배구 등 프로스포츠 5종목에 각각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고 한 데 따라 각 분야 구체적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발표된 안에 따르면 임의탈퇴는 앞으로 용어가 ‘자발적 은퇴’로 변경된다. 선수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다는 제도 취지를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시 임의탈퇴를 시킬 수 있는 조항 등이 각 연맹 규정에서도 삭제된다. 구단이 임의탈퇴를 강요할 경우 선수가 정당하게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토론회에 나선 법무법인 세종 임상혁 변호사는 “그동안 임의탈퇴 등 선수 신분 관련 주요 조항들이 대부분 계약서가 아니라 연맹 규약 등에 나와있어 당사자들이 인식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 제도에서는 임의탈퇴한 선수가 원 소속팀의 동의 없이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없기에 선수 징계 의미로 변질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각 프로스포츠에서는 관련 사례가 많다. 구단에서 무단이탈하는 경우부터 금지약물 복용, 감독과의 불화나 타 구단과의 ‘몰래 계약’처럼 구단이나 종목 내부적인 일도 있지만 음주운전,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 선수들에도 자주 적용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구단이 팬들의 여론을 의식해서 임의탈퇴를 거는 경우도 있지만 타팀 이적을 막아버리기 위해서, 혹은 부상 등으로 당장 기용 못하는 선수의 연봉을 아끼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징계성 임의탈퇴가 최근 문제가 됐던 극단적인 사례는 프로배구 고(故) 고유민 사건이다. 당시 선수 유가족은 고인이 현대건설 구단의 이적 약속에 속아 계약해지 합의서를 쓴 뒤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공시를 당해 갈 곳이 없어졌고, 결국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의 영향은 종목마다 다르다. 프로야구나 프로배구는 제도상 선수 동의를 거쳐야 임의탈퇴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징계성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프로축구는 임의탈퇴를 당하더라도 해외 이적 가능한 시장이 워낙 클 뿐더러 임의탈퇴를 하려면 연맹에서 조정위 승인을 거쳐야 한다. 프로농구의 경우 해외진출 사례 등을 제외하면 임의탈퇴 사례 자체가 희소한 편이다.
따라서 종목별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단 말도 나온다. 특히 자발적으로 나간다고 한 선수가 3년 후 복귀 가능해지는 데 대해 한 배구 구단 관계자는 “각 종목 별로 특수성이 있는데, 3년은 너무 짧다”며 “구단과 트러블 있을 때 선수가 자발적으로 은퇴하고 3년 뒤 다른 구단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악용할 경우 그 선수 키운 구단이 큰 손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40세 가까운 나이까지 뛰는 선수가 있을 정도로 선수 생활이 긴 데다 선수 층이 타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얇은 배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효석 김용현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