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위반 나대한 해고 갈등… 결국 법정으로

입력 2020-12-15 04:08

자가격리 기간 해외여행을 간 국립발레단 전 발레리노 나대한(사진)에게 내려진 해고 징계에 대한 부당성을 결국 법정에서 가리게 됐다.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6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나대한의 복직 명령을 전달받았으나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 10월 12일 열린 나대한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 재심에서 국립발레단의 해고 결정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나대한이 격리를 위반해 복종 의무를 위반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립발레단이 자가격리 지침을 충분히 설명 및 경고하지 않았고, 정부의 공식 자가격리 조치를 어긴 것은 아니라 단체협약상 해고 사유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 유사한 비위를 저지른 다른 단원에 대해서는 정직의 징계를 내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열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해고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나대한 해고 징계와 관련 무용계에선 “물의를 일으키긴 했으나 정단원을 해고할 정도의 비위는 아니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단원 관리에 소홀했던 강수진 단장 등 국립발레단에 비난이 쏟아지자 정단원 해고라는 초강수를 통해 악화된 여론을 뒤집으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중노위는 “국립발레단이 징계재량권을 남용했다”면서도 “징계 절차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국립발레단은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국립발레단의 내부 규정을 보면 일주일 이상 무단결근, 고의 및 과실에 따른 재산상 손실을 끼쳤을 때, 발레단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을 때 단원을 해고할 수 있다. 앞서 서울지노위가 나대한에게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 만큼, 국립발레단은 마지막 규정을 근거로 법정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행정소송이 발레단에게 유리한 싸움은 아니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최근 법원이 노동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높이며 해고 문제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서다. 노동위 두곳에서 잇달아 부당해고 판단을 내놓은데다 발레단의 단원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는 점은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대구 공연에 참여했던 나대한은 국립발레단이 정한 자체 자가격리 기간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일본은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대거 나온 대구와 경북을 다녀간 사람들의 입국이 금지된 상태였다. 따라서 나대한이 일본 입국 당시 허위로 서류를 기재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이후 일본에서 나대한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며, 얼마 뒤 한국발 입국자 전체에 대한 입국이 금지됐다. 비난이 확산하자 국립발레단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나대한을 해고했다. 정단원 해고 처분은 국립발레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