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도 전에 바뀐 공수처법… 野 거부권 무력화

입력 2020-12-11 04:01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밝은 표정으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추 장관은 공수처법 통과 이후 “권력이 더 이상 검찰을 이용하거나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권현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공수처법이 제정 약 1년 만에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야당의 거부로 공전하자 여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이를 무력화한 게 핵심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가 설립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초대 공수처장 인선부터 운영까지 모두 여당 뜻대로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346일 만이고 올해 7월 15일 시행된 지 148일 만이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7인 중 6인에서 5분의 3으로 완화했다. 5명만 찬성하면 되기 때문에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해도 의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야당과의 4+1 공조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수처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야당 몫 추천위원을 모두 가져간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추천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공수처 출범도 하기 전에 다시 개정에 나선 것이다.

개정안은 나아가 국회의장이 추천위원 선정을 요청한 뒤 10일간 교섭단체가 응하지 않을 경우 의장 직권으로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토록 했다. 야당이 추천위 구성을 원하지 않을 경우 원천 배제되는 셈이다. 공수처 검사의 요건도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및 재판·수사·조사 5년 수행 경력자에서 단순 변호사 자격 7년 이상 보유자로 대폭 완화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요건을 다 갖춘 사람이 매우 적다”고 말했지만 야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친여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률의 소수의견 보호장치(비토권)가 공수처 출범 저지의 방편으로 악용됐다”며 “그런 경험을 겪어 오늘 우리는 법률을 개선하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