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하나님 믿는 거 맞아?… ‘교파 족보’ 보세요

입력 2020-12-11 03:05
17세기 스위스 재세례파 신자 야코프 암만을 따르는 ‘아미시 공동체’. 공동체 중심의 생활을 중시하며 현대 문명과 고등 교육을 거부하고 사회와 거리를 둔다. 사진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지역 내 아미시 공동체의 마을 모습. 이들의 이동수단인 마차가 늘어서 있다. 게티이미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 교단 수는 374개다. 하나님 한 분만 예배하는 한국교회에 왜 이리 많은 교단이 필요할까.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을 펴냈다. 미국 한인 신학교인 중부개혁신학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다 현재 시카고 헤브론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는 저자는 로마가톨릭과 동방정교회를 포함해 국내외에 현존하는 기독교 주요 교파 10개의 계보를 간결히 정리했다. 한마디로 ‘기독교 주요 교파의 족보’다.


먼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교파와 교단의 차이부터 설명한다. 교단은 “하나의 헌법이나 단일한 조직을 갖추고 대외적으로 법적 주체가 되는 단체”다. 교파는 “법적 주체는 아니지만, 같은 역사와 전통 및 여러 공통 요소를 공유한 교단 모두”를 말한다.

교파 개념인 장로교와 감리교에는 여러 개의 교단이 소속돼 있다. 교단보다 교파가 상위 개념인 셈이다. 책에서 소개한 개신교 교파는 8곳(루터교회 장로교회 성공회 침례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 오순절교회 구세군)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건 신학교 교수 생활 중 만난 학생 때문이다. 그 학생은 “교회 사람들이 내 신학이 잘못됐다며 이단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로교인인 이 학생의 신앙관은 감리교에 가까웠다. 저자의 추천으로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저서를 접한 학생은 “웨슬리의 신학과 내 생각이 일치한다. 이단이 아니라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답을 보내왔다. 저자가 “평신도들에게 교파를 소개하는 책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책은 교파의 형성과정과 주요 교리, 교회 정치 체계를 두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구원관과 성례 이해, 교회 정치에 따라 교파가 나뉜다. 일례로 구원에 있어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개혁주의와 루터주의에는 장로교회와 루터교회가 속한다. 인간의 책임을 좀 더 강조하는 웨슬리주의엔 감리·성결·오순절교회와 구세군이 있다. 침례교와 성공회는 양쪽을 모두 수용하는 편이다.

로마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7개 성례를 인정하나 개신교는 2개(세례, 성찬)만 인정하는데 구세군만 외적 형태의 성례를 전혀 하지 않는다. 이유는 선교사업에 있어 외형적 종교 형태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리스도의 임재는 의식에 의존하지 않아도 얼마든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아 세례는 대부분 교파에서 인정하지만, 침례교회와 오순절교회는 시행하지 않는다. 침례교회에서 세례 후보자는 믿음에 기초한 중생(重生)을 체험하고 신앙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순절교회 역시 대체로 이 입장을 따른다.

흥미로운 건 각 교파가 세례 방법을 논할 때 대체로 ‘초대교회 전통을 따른다’고 주장힌디는 점이다. 저자는 “초대교회 세례법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초대교회 때 세례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라고 말한다. 초대교회 기록인 ‘사도전승’에 따르면, 초대교회는 세례 대상자의 자격을 철저히 검증했다. 직업과 생활환경뿐 아니라 결혼생활도 확인했다. 세례에 부적합한 직종도 있었다. 포주는 세례 대상자가 될 수 없었으며, 화가나 조각가는 우상을 만드는 것을 그만둬야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군인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로마 황제의 신상에 충성을 맹세해야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교회 초창기에도 초대교회처럼 세례 기준과 절차가 까다로웠다. 1907년 새문안교회 당회록의 세례 문답자 기록을 보면 6명 중 1명만 문답을 통과한 것으로 나온다.

책에는 메노나이트나 아미시 운동 등 한국교회에 다소 낯선 기독교 운동의 갈래도 나온다. 저자는 “신학적 입장이 낯선 교회를 보며 이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견해를 논박하는 것과 이단으로 정죄하는 건 다르다”며 “모든 교파가 복음을 믿는 만큼, 타 교파의 신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형제자매로 지내자”고 권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