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제안해 예산안에 반영하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 3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당초 취지와 달리 선호도가 반영되지 않거나 예산액 반영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형식만 국민참여를 따왔을 뿐 사업 선정 등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국가가 독점하는 예산 편성 권한을 국민에게 일부 양도해 정부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관심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2018년 도입됐다. 연초에 국민에게 사업을 제안받은 뒤 적격성 점검, 현장토론, 국민참여단 선호도 투표 등을 거쳐 정한다. 매년 국민참여예산제도 관련 사업은 늘고 있다. 2019년 예산안에는 총 835억원 규모 39개 사업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됐고 내년도 예산안에는 총 1119억원 규모 63개 사업이 반영됐다.
다만 사업 수 반영률이 증가하는 것과 반대로 예산액 반영률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사업 수 반영률은 2019년 38.2%, 2020년 39.6%, 2021년 41.2%로 40%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었지만 예산액 반영률은 2019년 49.0%에서 2021년 22.2%로 급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참여예산 요구에 대해서는 지출한도 외 요구가 허용되다 보니 각 부처 입장에서 최대한 (적정금액보다) 많이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재부는 국민이 제안하는 사업을 좀 더 많이 발굴하고 반영하는 데 가중치를 두고 있으며 금액은 그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상·중·하’로 분류하는 예산국민참여단 선호도 투표 결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최종 예산안에 반영된 63개 사업 중 ‘중’과 ‘하’인 사업은 각각 15개, 6개로 33.3%였는데 탈락한 90개 사업 중 ‘상’은 14개(15.6%)였다. 취약계층 등 마스크 무상 공급, 무료 생리대 자판기 설치, 아이스팩 회수·재사용 체계구축 등의 사업이 탈락했다. 기재부는 기존 정책과의 중복 여부를 따지고 정책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 검토보고서는 “기재부가 일반 다른 사업과 같은 기준과 논리로 우선순위를 심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예산으로 추진되는 사업 중 ‘신규 사업’보다는 부처들의 기존 ‘계속 사업’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해당 제도가 국민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예산 사업에 반영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인데, 부처의 계속 사업이 포함되면 부처 사업의 예산 증액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본래 취지를 흐린다는 것이다. 국민참여예산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9년에는 신규 사업이 99.6%였지만 2020년 65.4%, 2021년에는 51.1%로 크게 줄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