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앵그리 사회, 앵그리 처치를 극복하자

입력 2020-11-09 03:06

이번 미국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나 공화당과 민주당, 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싸움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앵그리 바이든(성난 바이든 지지자)과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자), 친트럼프와 반트럼프의 싸움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보수 교회를 비롯한 백인들이 주축인 샤이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지지하는 흑인이나 유색인종들이 ‘뉴 팬덤’이 돼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공화당 내부의 반란도 한몫했다. 존 볼턴의 반란, 보수의 거물인 존 매케인 가족의 바이든 지지선언, 공화당 주지사들의 잇단 반란이 내분을 심화시켰다.

트럼프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이 최악의 후진정치를 보여준 것은 바로 분열과 분노 때문이었다. 선거의 룰을 바꾼 것도 한몫했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이 사전투표를 쉽사리 합의해 준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한국교회를 조명해 보면 어떤가. 국가인권위원회와 정의당이 추진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잘못 양보하면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병리현상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분열을 거듭하면 자멸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교계 안이든 밖이든 전략과 정책보다 ‘퍼스널리티(인간성)’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됐다.

얼마 전 나는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한국교회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을 자성하며, 앞으로는 한국교회가 자율방역을 하고 정부는 지나치게 예배를 제재하지 않는 새로운 포맷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한 매체가 공개사과를 했다고 써서 오해를 받고 공격을 받았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노나 분열, 편 가르기보다 자성할 것은 자성하고 영적인 힘을 한곳에 모아 분노가 극심해져가는 사회를 치유하고, 국민적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성경적 가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보수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져야 하고 때로는 보수 라인에 서야 한다.

나는 이 성경적 진리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슬람 수쿠크법 반대,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종교인 과세 대처를 위해 앞장서 왔다. 코로나19 사태 때도 예배 회복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했고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분노하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참고 양보하고 화해하며 치유하는 일은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미국의 헌법가치를 그대로 이어받은 한국사회와, 미국으로부터 복음을 전수받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우리만은 앵그리 사회를 넘어서자. 또 앵그리 처치를 극복하자. 분노와 비판, 편 가르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비꽃은 자기를 밟은 자에게 오히려 향기를 풍긴다고 하지 않는가.

소강석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