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투표 다음 날인 4일 새벽(현지시간)에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우편투표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면서 개표 완료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다. 이번 대선은 개표시간이 역대 가장 긴 대선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낙선자 측이 패배에 불복해 소송할 경우 선거 한 달 뒤에야 결과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의 향방은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우편투표 개표 등을 거쳐 선거일로부터 3일이 지난 6일에야 공식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우편투표가 사기 투표가 될 위험성을 거론해 왔다. 특히 6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지침에 대해서 “선거일 이후 표를 집계하는 것은 끔찍하다”며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연방대법원은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 방침을 인정했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선거 이후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대선이 소송전으로 이어질 경우 대선 승패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가려질 수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재검표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경합주였던 플로리다에서 득표 차이가 단 537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승자가 뒤집힐 경우 선거 결과가 바뀌는 상황이었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기각 결정에 따라 부시 후보가 승리를 확정짓기까지 선거일로부터 36일이 걸렸다.
대법원 결정이 늦어지거나 대법원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경우 공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미 헌법은 대선에서 승자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하원이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주별로 1명씩 선출된 하원 대표단이 과반수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대통령이 선출된 것은 1800년과 1824년 두 차례였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법률과 하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9월 당 의원들에게 전략적으로 주의 대표단이 될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현재 기준 50개 주별로 1명의 대표단을 구성할 경우 공화당이 최소 26명을 선출할 수 있어 공화당이 유리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을 다시 뽑기 때문에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