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술접대 검사가 직접 조사 안해” 법조계 “의미 없는 말”

입력 2020-11-03 04:02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술접대를 받은 A검사가 지난 8월 인사 발령 직후 자신에게 송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검사가 자신을 껄끄럽게 여겨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고 인사 직후 단둘이 만난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술자리를 주선한 이모 변호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통해 보석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도 진술했다. 이 변호사는 “사실 무근”이라며 반발했고 한 검사장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최근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 수사 과정에서 지난 8월 A검사와 송별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술접대를 받은 A검사가 라임 사건 수사를 회피하지 않았고 인사 발령 직후 한 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A검사가 주요 피의자인 자신을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며 껄끄럽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폈다. 김 전 회장 측은 수사관과 교도관 등이 없는 자리에서 단둘이 만났고 대화 내용을 검찰에 상세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실제 A검사와 같은 팀 소속인 B검사에게 대부분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검사가 옆방에서 조사 내용을 모두 보고받아 사실상 ‘공동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가 술접대를 받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는 검사, 지휘만 하는 검사가 있다”며 “어차피 조서 내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직접 조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A검사는 술 접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또 검찰 조사에서 체포 직후인 지난 4월 이 변호사가 구치소를 찾아와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가 소위 ‘한동훈 라인’이며 한 검사장을 통해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이 내용을 보도한 MBC와 기자, 유포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들도 한 검사장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도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자신이 한 검사장,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8월 한 검사장이 3차장검사로 승진했을 때 자신은 좌천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입장문과 감찰 조사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가 국정감사에서 부패범죄수사단 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한 검사장을 들먹이는 것 아니냐”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진술이 엇갈리면서 향후 검찰에서 김 전 회장과 사건 관계인들의 대질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변호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추가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술접대가 이뤄졌다는 유력한 날짜를 제시했지만 정확한 날짜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 회장 측에선 “‘2019년 7월경’이라고 말했을 뿐 7월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까지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나성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