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신숭인 ‘반값 집수리’ 바람… 코디 작품입니다”

입력 2020-10-19 04:02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빌라촌에 ‘반값 집수리’ 바람이 불고 있다. 유행을 불러온 주인공은 서울시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김희창(28·사진)씨. 김 코디는 18일 “집주인들이 당장 걱정하는 게 집수리 업체의 견적 뻥튀기와 서류작성 등 복잡한 사전작업, 애프터서비스(AS) 문제”라며 “이런 문제 해결을 돕는 사람들이 바로 코디”라고 소개했다.

창신숭인은 익숙한 재개발 공식인 ‘빌라촌 철거→아파트 신축’ 대신 ‘빌라촌 유지→수리’ 방식을 택한 곳이다. 정든 집을 허문 뒤 복잡한 아파트 신축 과정을 밟는 대신, 기존 동네 시설과 환경을 보존하기로 했다. 단 최소한의 주거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시는 집수리 비용의 반을 지원하는 ‘서울가꿈주택 사업’을 시행한다. 보통 20년 이상 된 5층 이하 빌라들을 대상으로 지붕, 방수, 단열, 창호 등의 총 수리비 한도(2400만원)의 50%를 지원한다.

이 가꿈주택 사업을 도시재생지역 주민에게 알리고 참여시키는 게 코디의 주 임무다. 창신숭인의 경우 김 코디와 전임 코디가 지난해부터 13곳의 집수리를 마쳤고, 14곳을 새로 추진하고 있다. 해방촌(용산), 성수동(성동), 신촌동(서대문), 암사동(강동) 등 서울시 도시재생 선도·시범 지역 8곳에 도시재생 코디들이 파견돼 있다.

김 코디는 “집주인들이 지레 겁 먹는 게 비용”이라고 말했다. 시공업체의 견적 뻥튀기도 무섭다. 시공업체별 공사 완성도가 달라 혼란스럽다. 김 코디는 “가격 뻥튀기 방지를 위해 시공업체에게 자재명과 원가를 전부 계약서에 쓰게 한다”며 “요즘은 인터넷에 자재명을 치면 적정 가격이 나오니 안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서울시 차원의 심의와 계약서 재작성 절차 등 안전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초기에는 가꿈주택 사업을 아는 사람이 적어 애를 먹었다. 김 코디는 “집주인들이 대개 나이가 많다 보니 발로 뛰며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며 “동네 터줏대감과 부동산을 무작정 찾아갔다”고 했다. 발품 끝에 수리하는 집이 생기면서 동네에 입소문이 났다. 김 코디는 “공식 홍보 책자보다 입소문이 힘이 더 세다”며 “지금은 일주일에 2~3건 정도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코디에게 연락하면 코디는 가꿈주택 사업에 어떤 혜택이 있고 어떤 공정이 지원되는지, 예상 비용은 얼마인지 설명한다. 집주인이 수리를 결정하면 서울시에 등록된 시공업체를 소개시켜 준다.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시공업체를 선정해도 무방하다. 코디는 계약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서울시 심의에 필요한 서류작성을 돕는다. 통상 이 과정까지 1달, 실제 공사에 또 1달이 걸린다.

집주인들은 주로 알루미늄·철로 된 구식 창호와 재래식 화장실, 낡은 현관문·방문을 수리한다. 내부 수리에 집중돼 있어, 집 외관이 변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김 코디는 “마을 경관을 위해선 담벼락을 허무는 게 좋은데 집주인들은 대개 ‘왜 내 영역을 개방하느냐’는 식”이라며 “게다가 외관 수리는 대부분 가꿈주택 사업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도시재생보다 아파트 신축이 낫지 않느냐고 불평한다. 김 코디는 “오래된 마을일수록 익숙한 터전에서 남은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주민들이 다수”라며 “외부인들도 아파트 재개발 수익성만 생각하지 말고, 마을 공동체의 가치에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