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을 분해해 똑같이 제작한 미러급 제품입니다.” “정품과 동일한 가죽으로 제작했고 상품 일련번호도 있어요.” #미러급 #레플리카 해시태그만으로도 수만건의 게시물이 검색되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여전히 위조상품(짝퉁) 거래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거래가 늘고 그 비중도 커지면서 온라인 짝퉁 거래도 덩달아 증가했다.
최근 한 남매가 정품 시가 290억원 상당의 ‘특S급 짝퉁 가방’을 제작해 국내에서 판매하다가 검거된 일이 있었다. 이들은 블로그와 밴드를 통해 짝퉁 판매를 했는데 이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온라인사업자 수는 매년 증가해 왔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규민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에서 짝퉁을 거래하다 적발된 경우는 21만8170건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지난해부터 2년간 적발된 짝퉁 가방 판매만 2만2174건이나 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난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4조3833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온라인쇼핑은 계속 성장했고, 백화점에선 명품을 포함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이 3월을 제외하고 매월 전년 대비 증가했다.
고가 명품을 사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를 해소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짝퉁을 구매하며 비슷한 보상심리를 느끼는 사람도 늘어난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온라인상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다가 ‘차별화된 상품’인 명품에 욕구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명품을 구매할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짝퉁을 찾게 되고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진품이 아님을 알면서도 외관상 진품과 동일한 짝퉁을 구매함으로써 명품을 가졌다는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 짝퉁 판매자들이 ‘정품과 동일한 제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광고하는 탓에 ‘가성비’ 추구 심리가 작동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20만원을 지불하고 700만원어치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짝퉁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짝퉁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고 그 방법도 점차 쉬워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명품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상대방의 명품을 ‘짝퉁 아닌가?’ 하며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들고 나온 제품이 짝퉁이라는 걸 알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모를 거라 생각하고 속이게 된다면 별것 아닌 걸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스스로도 불편한데 상대방도 믿지 못하는 의심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단속뿐 아니라 명품이 가진 값어치를 인정하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짝퉁 제품이 불법이라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가 짝퉁을 유통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소비자도 짝퉁 불매를 통해 유통이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명품은 가격이 비싼 만큼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많은 부분에 투자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