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친인척 직업 쓴 자소서 통과됐는데 ‘문제없음’

입력 2020-10-14 04:05
연합뉴스TV 제공

서울대 등 주요 6개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 직업을 기재한 지원자를 걸러내지 않고, 교직원인 학부모를 평가에 참여시켰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부모 찬스’를 배제하기 위한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명확한 불공정 입학 사례는 적발하지 못하고 고교등급제 시행 증거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맹탕’ 감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3일 제17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종 실태조사 후속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의혹으로 대입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자 정부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로 확대하는 한편 대학들에 대한 학종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 중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건국대 등 6곳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중징계 7명, 경징계 13명 등 108명에 대해 신분상 조처를 했다. 기관 경고 1곳 등 행정상 조처도 5건 했다.

성균관대는 2019학년도 학종 서류검증위원회에서 자기소개서 또는 교사 추천서에 기재가 금지된 ‘부모 등 친인척 직업’을 쓴 지원자 82명 중 45명은 ‘불합격’ 처리했지만 37명은 ‘문제없음’으로 평가했다가 중징계를 받았다. 서울대에선 모집정원 6명인 2019학년도 지역균형 선발 면접 평가에서 지원자 17명 모두를 ‘학업능력 미달’로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가 기관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으로는 A+ 10%, A 30%, B 30%, C 30%씩 부여하게 돼 있다.

학부모 교수를 자녀가 응시한 입시전형에 채점위원이나 시험 감독으로 위촉된 사례도 적발됐다. 서강대에서는 2016학년도 논술전형에 교수의 자녀가 지원했음에도 해당 교수를 같은 과 채점위원으로 위촉했다. 성균관대에서도 2016학년도 논술 우수 전형에 교직원 4명의 자녀가 지원한 사실을 알고도 해당 교직원을 시험 감독으로 위촉했다.

고교등급제(고교 등급을 매겨 학생 평가)는 실체 규명에 실패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실태조사한 대학의 학종 고교 유형별 합격률을 살펴본 결과 과학고·영재고가 26.1%로 일반고(9.1%)의 2.9배나 됐다며 고교등급제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각종 내부 문서, 평가 시스템, 사정관 교육자료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나 고교별 점수 가중치 부여 등 특정 고교 유형을 우대했다고 판단할 명확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전 판단을 스스로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교육부는 대학들의 평가시스템 로그시간을 분석해 수험생별로 불과 몇 분 만에 평가하는 등 ‘날림 평가’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로그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해 로그기록으로 평가의 충실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