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 결제액 30% 수수료 내라”… 구글 ‘갑질 횡포’ 대책은

입력 2020-10-10 04:05

전 세계 190개국 20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 모바일 업계의 절대 강자인 이 회사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 들어와 있는 모든 앱에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는 게임 앱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이 결제 방식을 전체 앱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방안이 그대로 현실화할 경우 구글 플레이에 새로 등록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 1일부터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에 추가 지급해야 한다. 그 결과 앱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요금은 높아지고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른바 ‘인앱 결제’(IAP·In-App Purchase) 논란이다.

인앱 결제란 유료 앱 서비스·콘텐츠를 구글·애플의 자체 결제 플랫폼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부분의 모바일 앱에서 결제가 필요할 경우 구글 플레이 혹은 애플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을 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글은 이렇게 거둬들인 수수료를 카드사·통신사 등에 일부 나눠주고 나머지는 서비스 사용료·인프라 구축 비용 등의 명목으로 챙긴다.

구글의 새 방침은 ‘경쟁사’ 애플과의 수익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미 앱스토어 운영 초기부터 모든 앱과 콘텐츠에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애플 앱스토어 매출은 190억 달러(약 22조원)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3억 달러(약 12조원)보다 약 10조원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앱 사용이 늘면서 결제 금액도 늘고 있다. 구글은 나날이 불어나는 애플의 수익을 바라보며 발표 시점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시장 지배력은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 비중이 높은 국내에서 압도적이다. 지난 8월 기준 구글 플레이의 국내 앱 마켓 점유율은 71%에 달한다. 2위인 원스토어는 18.4%, 3위인 애플 앱스토어는 10.6% 수준이다. 국내 매출도 구글이 애플을 앞선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5조9996억원으로, 애플 앱스토어 매출(2조3086억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글은 “꼭 구글 플레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인앱 결제에 부정적이라면 제3의 앱 마켓도 대안”이라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수수료가 높아지면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사용자와 애플 iOS 사용자가 부담하는 서비스 이용료를 비교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네이버웹툰 이용권인 ‘쿠키’를 구매할 때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쿠키 100개 기준 1만원을 내는 반면 iOS 이용자는 1만2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1800캐시(대여권 10개)를 충전할 경우 안드로이드에서는 1800원을 내지만 iOS에서는 2400원을 내야 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역시 iOS에서 가격이 20~30% 비싸고,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서비스에서도 가격 차이가 분명하다. 구글의 새 방침으로 안드로이드 역시 애플 수준으로 각종 콘텐츠 이용요금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인터넷 업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글이 개방성을 강조하며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이후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수익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내 다수 정보기술(IT) 업체가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구글의 발표 이후 성명서를 내고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인터넷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이고,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불공정한 것이므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앱 마켓의 독점이 콘텐츠 서비스의 독점으로 이어지고, 앱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구글에 종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자국 IT 서비스 활성화 국가인 한국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구글에 찍혀 앱 마켓에서 퇴출당했다간 순식간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어 더욱 위기감이 높다.

인앱 결제 논란은 해외에서도 이미 뜨겁다. 1인칭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로 잘 알려진 글로벌 게임사 에픽게임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픽게임즈는 두 기업의 인앱 결제에 반발해 우회 결제 방식을 유도하다 양쪽 앱 마켓에서 퇴출당했다. 그러자 이 회사는 반독점 위반 소송을 즉각 제기했고, 애플은 계약위반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구글의 이 같은 방침에 국회와 정부 당국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첫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모바일 앱 마켓 결제수단 강제 행위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는 분위기다. 국내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갑질 방지’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정부 차원에서 앱 마켓 결제 정책에 대해 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위법 행위를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