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달 40만~45만명의 청년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고용 충격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청년실업은 국가 재난”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피력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기업은 직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이른바 고용 시장의 ‘미스매칭’ 문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을 개시할 예정인데, 미스매칭 문제를 극복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0.7%로 1999년 6월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자는 45만1000명에 달했다. 또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26.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포인트 늘었다.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은 일 없이 놀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월 30만명대 청년실업자(7.0%대 실업률)를 유지했는데,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월 40만명대 청년실업자(9.0~10.0%대 실업률)를 기록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백수 시대’를 실감케 하는 지표다. 지난달 기준 20, 30대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575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만1000명 감소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청년은 약 40%나 늘었다. 매달 1조원 넘는 실업급여 가운데 청년층이 차지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매달 40만명 이상의 청년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미충원 인원도 상당수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의 적극적 구인에도 불구하고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일컫는다. 수요와 공급이 공존하지만 매칭이 되지 않은 까닭이다. 1분기 기준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약 6만명이다. 기업들은 미충원 사유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했는데 대기업 절반은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기에서도 ‘필요한 직무 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유망 SW(소프트웨어) 분야의 미래 일자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4개 유망 분야에서 3만1833명의 신규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다수의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신기술 분야에서 업무에 적합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언택트) 관련 정보기술(IT)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매칭이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도 “급격히 언택트 시대로 전환함에 따라 관련 업무에 신속히 투입돼 역량을 발휘해 줄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적재적소 청년·일자리 매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언택트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정부가 내년에 1400억원가량을 투입해 1만7000명의 실무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청년실업과 기업의 미충원 인원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교육비는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교육생 중 65% 이상을 기업에 배치하는 것이 잠재적 목표다. 43개 교육기관 선정에 약 110개에 달하는 기관이 신청했을 만큼 기업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작하는 K-디지털 트레이닝은 기업이 필요로 하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디지털 신기술 실무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이다. 미스매칭을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기존 평준화 교육과 달리 기업에서 요구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훈련생이 직접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향후 5년간 18만명의 훈련생을 양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훈련생이 교육 과정을 거쳐 만든 성과물(포트폴리오)은 기업 취업 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 프로젝트 완성도를 보고 업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기업과 맞춤형 인재를 매칭하는 ‘취업 징검다리’ 역할이다.
정부가 선정한 교육기관에는 국내 신기술 분야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기업들이 대거 눈에 띈다. 교육기관 ‘크렙’은 200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기술 응용 과정을 훈련할 예정인데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가 참여한다. ‘멋쟁이사자처럼’은 AI에 특화된 실무 교육에 나설 예정으로 ‘천재 해커’라는 별명을 지닌 이두희씨가 전면에 나선다. 프로젝트는 메뉴자판기와 익명 질문 게시판 생성, 머신러닝 논문 리뷰, 스팸메일 분류 등이다. 마스크 대란 해결에 큰 역할을 했던, 지역별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마스크 알리미’ 애플리케이션도 멋쟁이사자처럼 출신들이 탄생시킨 작품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마이리얼트립 등이 참여하는 교육기관 ‘우아한테크코스’는 클라우드 운영관리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 총 훈련 인원 52명만을 대상으로 실무형 집중 교육을 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네이버·솔트룩스·마이리얼트립 등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디지털 기업이 훈련 과정의 설계를 직접 지원해 취업 연계 가능성이 크다.
한 노동 전문 대학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조·서비스 분야에서 더 나아가 IT 분야에서 젊은층의 강점을 살리는 일자리 매칭이 중요하다”며 “K-디지털 트레이닝이 단발성 이벤트 사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중장기 고용 대책 사업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기업들과의 협업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