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빛광성교회는 늘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은퇴하면서 교회가 걸었던 개혁의 여정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회상해 본다.
2012년 교회 창립 15주년을 맞아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이던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중심이 돼 진행한 연구였다. 이 보고서에는 나의 목회 비전을 담았고 우리 교인들의 의식을 조사했다. 지역조사도 진행해 교회의 역할과 책임도 점검했다. 이를 위해 교인과 주민을 각각 500명씩 심층 인터뷰도 했다. 한국교회에선 흔치 않은 연구보고서를 만들었다.
연구보고서를 통해 광성드림학교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거룩한빛광성교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학교였다. 평신도의 지도력을 키우고 다음세대를 기독교 신앙으로 키우겠다는 나의 바람이 실현되는 것 같았다. 우리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더욱 많은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교회는 2014년 교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도 진행했다. 여기에는 150명의 교인이 참여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교회를 분립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3년 동안 전인적 소그룹을 시스템처럼 만들어 소그룹 자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가 돼 언제든지 교회를 분립 개척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평신도 지도력을 키우는 데 더욱 매진할 예정입니다.”
이날도 조성돈 교수가 발표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평신도들에 의해 세워지는 교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많은 걸 포기한 교회로도 유명하죠. 목회의 비전이 교회 안에서 공유되는 교회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토론 문화가 살아 있고 지역 사회를 진심으로 섬기는 교회입니다.”
가슴 벅찬 평가였다. 이날 나는 교인들과 함께 한국교회 비리와 그릇된 신앙관을 다룬 영화 ‘쿼바디스’를 봤다. 그런 뒤 교인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교회 개척 15년을 넘어서면서 이런 시도를 한 건 무엇보다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500여년 전 부패한 로마가톨릭교회에서 뛰쳐나온 우리는 개혁교회 교인들이다. 개혁이란 완성되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개혁하고 또 개혁하는 걸 말한다. 안주하는 순간 우리도 부패하는 것이다. 개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자신의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그토록 큰 고통을 이겨낸 뒤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개혁인 셈이다.
한국교회에 대한 걱정이 크다. 우리는 지금 안주하고 있지 않은가. 안주하는 순간 개혁교회는 본래 정체성을 잃고 만다. 정체성을 잃은 공동체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 개혁의 기치를 다시 들고 자신의 묵은 가죽을 벗겨내야 한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