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야곱의 삶, 하나님 만난 후 반전이…

입력 2020-09-18 17:53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성도들이 지난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위치한 교회 주차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주차장 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야곱의 삶은 오직 신념이란 이름으로 달려온 험난한 인생이었습니다. 자신의 열심과 계략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진정한 삶의 감격도 없었습니다. 자신을 잡으러 오는 형 에서 앞에 두려워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났을 때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을 만나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뀌고 나니 진정한 해결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곳에 진정한 해답이 있습니다.

길 떠나는 야곱과 하나님의 보호

고향과 아버지 집을 떠난 20년 동안 야곱은 외삼촌 라반을 위해 봉사했습니다. 도망치듯 빈손으로 나온 야곱이지만 아내들과 많은 자녀를 얻고 거부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가 머물 곳은 밧단아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예비하신 땅이었습니다. 하나님은 20년의 세월을 통해 야곱을 혹독하게 연단하셨습니다. 속이는 삶으로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아내와 품삯 때문에 반복적으로 속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에게는 거대한 가족이 생겼고 가산도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세상에서 잘되고 모든 것을 누린다 해도 하나님의 백성이 머물러야 할 곳은 약속의 땅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불러내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게 하십니다.

야곱은 형 에서가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자신을 잡으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야곱은 심히 두렵고 답답했습니다. 자신을 죽일 형을 생각하니 두려웠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니 답답했습니다. 모든 것을 누렸지만 지난 20년 동안 하루도 편하게 잠들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에서 때문이었습니다. 그 절박한 마음으로 야곱은 하나님 앞에 기도합니다. 그 기도에서 하나님에 대한 야곱의 인식의 변화를 발견합니다. 야곱은 지금까지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으로 고백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하나님으로 고백합니다. 또한 겸손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해 자신을 구원해 주실 것을 기도합니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고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야곱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하나님께 온전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할 때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배가 고픈 아이가 젖을 달라고 우는 것처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정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이런 기도에 응답하십니다.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야곱은 가족들과 소유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습니다. 아버지 집과 외삼촌 집에서 보낸 긴 세월이 겹쳐 떠오르고 처량한 자신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이런 야곱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비상한 방식으로 찾아오십니다.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을 합니다. 야곱은 지금까지 싸움에서 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계략에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싸움에서 허벅지 관절을 얻어맞고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물론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결코 새벽이 되도록 싸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본문의 강조는 싸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 야곱의 인생이 전환됐다는 데 있습니다. 야곱은 상대가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축복하지 않으면 못 가게 하겠다고 간청합니다.

하나님이 그에게 묻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구약성경에서 이름이란 그 사람의 본성과 특별한 관련이 있습니다. 야곱은 ‘발꿈치를 잡은 자’라는 의미를 지닌 자신의 이름을 고백해야 했습니다. 그 이름은 지금까지 살아온 야곱의 자화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합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출 32:28) 야곱은 다른 사람의 발꿈치를 잡고 경쟁하며 속이고 살아가는 이름 야곱이 아니라 ‘하나님과 싸워 이김’이라는 승리자의 이름 이스라엘을 얻습니다. 이스라엘의 탄생은 야곱의 삶에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하나님과 야곱의 싸움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야곱이 홀로 있을 때 하나님이 먼저 그를 찾아오셨다는 사실입니다. 밤에 홀로 있다는 것은 야곱의 곤핍한 영적 상태와 처참한 현재 상황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이 타락한 인간에게 먼저 찾아오셨다는 사실은 성경 전체가 동일하게 증거합니다. 죄를 범한 아담에게 찾아오신 하나님, 소망 없는 야곱에게 먼저 손을 내미신 하나님이십니다. 절망에 빠진 잃어버린 영혼을 향해 사랑으로 먼저 손을 내미시는 예수님이 계시기에 우리에게도 소망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났을 때 야곱의 삶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형 에서를 만났을 때 그는 달려와서 야곱의 목을 끌어안고 입맞추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야곱이 하나님을 만나고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은혜를 얻을 때 하나님은 에서의 마음도 만져 주셨습니다. 야곱과 에서의 화해는 사람의 지혜나 전략으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두 사람의 마음을 미리 준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가 되시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화해의 근원이 되십니다.

류응렬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