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매출 절벽 속에서 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양극화가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매출액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1%로 집계됐다. 매출액 증감률은 대표적인 기업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인데, 이 수치가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분기별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매출 증가세는 지난해 1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졌고 2분기의 경우 지난 1분기(-1.9%)의 5배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추락했다.
매출액은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분기 -1.9%에서 -12.7%로 고꾸라졌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에 따른 석유화학(-5.2%→-26.8%)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또 운송장비(-3.5%→-17.3%)는 자동차 수요 부진으로, 운수업(-1.8%→-15.8%)은 항공사 여객 및 항공화물 수송 감소 등으로 매출액이 급감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로 집계됐다.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면 53원을 남긴다는 뜻이다. 전년 동기(5.5%)보다 나빠졌지만, 매출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특히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률(7.4%)은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전년 동기(5.6%)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비대면 확산에 따른 광고비 등 감소와 기업들의 비용 줄이기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87.0%로, 전 분기(88.2%)보다 다소 낮아졌다.
기업들의 성장·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재무비율을 기준으로 한 상·하위 기업 간 격차는 더 커졌다. 상장기업(전 산업) 중 상위 25%의 매출액 증감률은 1분기 16.3%에서 2분기 12.1%로 4.2%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하위 25%는 -14.2%에서 -26.2%로 12% 포인트나 하락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상위 25%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분기 8.7%에서 2분기 10.1%로 1.4% 포인트 상승한 반면 하위 25%는 1분기 -4.1%에서 2분기 -4.3%로 더 떨어졌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석유화학, 운송장비 업종 등의 업황이 크게 나빠져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