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나오미(23·9위)가 2년 만에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2000달러) 타이틀을 되찾았다. 일본 국적의 오사카는 아시아 남녀 선수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3승의 대기록도 작성했다.
오사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13일째 여자 단식 결승에서 빅토리야 아자란카(27위·벨라루스)에 2대 1(1-6 6-3 6-3)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300만달러(약 35억6000만원).
오사카는 이날 경기 초반 실책을 연발(실책수 3-13)하며 1세트를 단 26분 만에 내줬다. 하지만 2세트 0-2 위기 상황에서 아자란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기세를 몰아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오사카는 경기 뒤 “1시간도 안돼 지면 창피할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승리로 오사카는 2018년 US오픈, 2019년 호주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메이저 우승 기록을 썼다. 남녀 통틀어 아시아 국적 선수가 메이저 단식 3회 우승을 달성한 건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 단식에서 우승한 사례 자체가 프랑스오픈(2011)·호주오픈(2014)에서 우승한 리나(은퇴·중국)밖에 없다.
오사카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일본에서 태어나 만 4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자랐다. 이에 미국·일본 이중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선천적 이중국적자가 만 22세 생일 이전에 하나의 국적만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일본 국적법에 따라 지난해 생일(10월16일) 때 일본을 택했다.
이번 우승으로 오사카는 세레나 윌리엄스(39·미국) 이후 여자 테니스를 주도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떠올랐다. 2017년 프랑스오픈부터 이번 US오픈까지 메이저 13개 대회에서 2회 이상 우승한 선수는 오사카(3회)와 시모나 할레프(2회·루마니아·2위) 밖에 없다. 할레프와 랭킹 1위 애슐리 바티(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US오픈에 불참한 가운데 오사카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9위였던 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경기 외적으로도 오사카의 ‘스타성’은 탁월하다. 이번 대회에서 오사카는 매 경기 인종차별로 억울하게 숨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회 직전에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웨스턴 & 서던 오픈에서는 경찰로부터 총격을 받은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해 준결승전 기권 의향을 밝혔다가 주변의 만류로 번복했다. 오사카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려는 취지였다”고 마스크를 쓴 의미를 밝혔다.
이밖에도 오사카는 올해 5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 선수 연간 수입 순위에서 3740만달러(약 444억원)를 벌어 윌리엄스(3600만달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미 여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선 상태다.
14일 오전 5시엔 같은 장소에서 남자 단식 결승전이 치러진다. 알렉산더 츠베레프(23·7위·독일)와 도미니크 팀(27·3위·오스트리아)의 대결. 누가 우승하든 지난 2017년부터 최근 13개 메이저대회 우승을 독차지한 ‘빅3(조코비치·나달·페더러)’의 아성을 깨고 20대 차세대 스타로 우뚝 설 기회다. 현재 랭킹은 츠베레프가 높지만 상대전적에선 팀이 7승 2패로 우위다. 앞서 2020 호주오픈에서도 팀이 준결승에서 츠베레프를 꺾고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