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헐거워졌다
쓸쓸해지고
많이 늙었다
거리가 훨씬 느슨해지고
잡초가 무성해졌다
바람이 더 많은 하늘을 차지하고
구름이 많아졌다
가까운 사람 멀어지고
먼 사람은 더욱 멀어진 날들
잘 있겠지 그래 잘 있을 거야
만나서 밥이라도 한번
나누면 좋으련만
허!
어머니도 그 나라에서
편히 계시겠지요?
나태주 시집 '제비꽃 연정'(2020 소월시문학상 수상시인 시선집) 중
코로나19 이후 헐거워진 세상은 사람 사이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만나지 못 해 안부라도 물어보려 하지만 안부를 묻는 일마저 갈수록 뜸해진다. 시인은 시집 책머리에 "지금도 잘 계시지요? 네, 이쪽도 당분간은 잘 있겠습니다"라고 묻고 답한다. 잘 있는지 묻고, 잘 있겠다고 답하다 보면 다시 가까워질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