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향·뷰티 라이브… 위기의 화장품 업계 ‘변신은 무죄’

입력 2020-08-23 20:50 수정 2020-08-24 11:20
CJ올리브영이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뷰티 전문 모바일 생방송인 ‘올라이브’의 한 장면. 올라이브는 월 2~3회, 1시간가량 진행되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오프라인 로드숍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화장품 업계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크게 휘청거리자 온라인과의 접점을 확대하며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상상해본 적 없던 ‘화장품 배달’은 현실이 됐고, 집에서 향을 맡아보고 향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언택트 시향’까지 등장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부터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 화장품 업계의 이번 상반기 실적이 대부분 부진했다. 화장품 외 부문에서 실적이 좋았던 LG생활건강만 살아남았다는 평가다. 로드숍 시장 규모도 2017년부터 줄기 시작해 현재는 1조원대 규모로 축소됐고, 매출 부진에 따라 로드숍 화장품 점포수도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아리따움·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미샤·네이처리퍼블릭 등 5개 주요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점포수는 2669개를 기록해 전년 대비 약 12.3% 줄었다.


소비자가 직접 바르고 써봐야만 구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화장품도 지난해 처음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써보고 산다’는 공식이 깨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2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0%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의 온라인 면세점 거래가 증가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통칭)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테스트만 하고 저렴한 온라인몰에서 쇼핑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공고화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생활 영역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원브랜드에서 멀티브랜드로 옮겨가고 있다”며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경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신세계 뷰티 편집숍 시코르의 온라인몰 ‘시코르닷컴’은 개장 한달 만에 회원수가 6만5000명을 돌파했다. 그 중에서도 20, 30대 고객수와 매출 비중이 86%에 달해 MZ세대가 온라인 화장품 구매의 주축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2030세대가 핵심 고객층인 CJ올리브영의 지난 상반기 온라인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약 56% 성장했다.

여전히 화장품 매출의 비중은 온라인이 20%에도 채 미치지 못하지만 업계는 온라인 채널을 통한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늘려가고 있다. 앞서 확인된 수치들에서 볼 수 있듯 비대면 소비가 단순한 트렌드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의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통해 배달기사가 상품을 건네받는 모습. CJ올리브영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온라인몰 S.I.VILLAGE(에스아이빌리지)는 지난 6월 바이레도 신제품에 한해 진행했던 ‘언택트 시향’ 서비스를 향수 전 품목으로 확대한 기획전을 진행했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언택트 시향회’를 열고 ‘언택트 시향 키트’를 한정 판매했다. 향을 맡으려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했던 향수도 언택트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 반응이 좋았다. CJ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시너지 확대에 방점을 둔 ‘옴니(Omni) 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늘드림’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몰 주문 후 최대 3시간 안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고, 상품 수령 시간대도 지정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 맞춤형 상품 제안, 모바일 전용 선물하기 서비스를 도입하고 업계 최초로 뷰티 전문 모바일 생방송 ‘올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롭스 역시 지난 12일 롯데온 ‘온 라이브(ON LIVE)’를 통해 롭스의 인기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 제품을 실시간으로 소개,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12일 롭스는 롯데온의 ‘온라이브’를 통해 뷰티 제품 라이브 방송을 처음 시도했다. 롭스 제공

로드숍 중심 화장품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형이나 멀티브랜드숍으로 탈바꿈하고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체험형 매장인 ‘아모레 성수’를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11번가,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과 손잡고 ‘오늘배송’ 서비스와 라이브 커머스 도입 등 온라인 채널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LG생활건강은 오프라인 매장을 편집숍 형태의 네이처컬렉션으로 개편하며 오프라인 구조를 바꾸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해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도 지난 18일 기존 미샤 매장에 자회사와 타사 브랜드를 추가로 입점시킨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이며 연내 150개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샤는 지난 4월 심부름 배달 서비스 ‘김집사’와 손잡고 배달 서비스도 개시했다. 토니모리는 지난 6월 말부터 배달의민족 ‘B마트’와 ‘나우픽’에 입점해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여전히 매출이 오프라인에 치중돼있어 타업계만큼 온라인 전환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라 예측하면서도 소비의 온라인화를 거스를 수 없다는 데엔 의견을 모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타 장르에 비해 뷰티 카테고리는 온라인 전환이 느린 편이고 온라인 플랫폼별로도 그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온라인의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 경험의 변화를 잘 읽고 대응하는 플랫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