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롯데지주가 인적 쇄신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황각규(65·왼쪽 사진)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동우(60·오른쪽)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사장)가 후임으로 정해졌다.
롯데지주는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지주는 “코로나19가 길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혁신과 변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기 위해 임원 인사와 롯데지주 조직개편을 시급히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롯데에 입사해 25년 동안 일해 온 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되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기로 했다. 이 신임 대표이사는 롯데백화점 출신으로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를 이끌어 왔다. 오랜 경험과 젊은 감각으로 롯데의 혁신과 위기 극복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계속해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고, 몇 년간 이어져 온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최근에야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롯데도 타깃이 되면서 일부 계열사 매출이 급감했고, 올해는 코로나19까지 덮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룹의 주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도 악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난 6월 5일 기준 시가총액은 18조1143억원으로 지난해 말 21조4333억원에서 15.5%나 줄었다.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개편돼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전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롯데물산 대표이사에 류제돈 전무,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에 황영근 전무가 내정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신 회장의 신임을 받아 온 황 전 부회장이 현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은 신 회장이 ‘새로운 롯데’를 강력하게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