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확산… 당국의 한심한 대응

입력 2020-07-20 04:05
인천 수돗물에서 잇따라 유충이 발견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처음 유충 발생 장소로 지목된 공촌정수장에 이어 부평구와 계양구 등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부평정수장과 부평권역 배수지 3곳에서도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공촌정수장의 경우 오존 처리 시설 구축 등 완전한 밀폐 없이 지난해 9월 조기 가동돼 날벌레가 정수장 활성탄 여과지(濾過池)에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 신고가 들어온 144건은 모두 공촌정수장 수계에 들어가는 서구·강화군·영종도 지역이었다. 하지만 공촌정수장에 이어 폐쇄형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는 부평정수장에서도 유충 추정 물체가 발견되면서 이번 사태가 인천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아울러 근본적인 원인도 다시 오리무중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 빌라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처음 민원을 접수한 인천시는 유충 발생 사실을 쉬쉬하다 뒤늦게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채 “깔따구류가 유해하다고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썩은 물이라고 할 정도로 오염된 수돗물이 공급됐는데도 이런 무책임한 발언으로 무마하려 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일부 시민들은 설거지까지 아예 수돗물 사용을 중단하는가 하면 생수를 사서 아이를 씻기는 경우도 있다. 인천 지역 맘카페에는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이) 작은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는 등 피해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인천 서구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불과 1년여 만에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당국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방증이다. 최대한 빨리 정밀한 원인 조사에 나서서 오염원을 파악하고, 더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