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등 20곳 ‘중국군 소유’ 기업 지정… 제재 발판 마련

입력 2020-06-26 04:02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영상보안업체 하이크비전 등 20개 중국 기업을 인민해방군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으로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해당 기업들에 대한 미국 측의 제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인 데다 ‘인민해방군 기업’ 지정만으로도 정부와 민간의 경계 대상에 오른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단독 입수한 문건을 토대로 미 정부가 화웨이와 하이크비전을 포함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중국중차(CRRC), 중국철도건설공사 등 20개 회사를 인민해방군 후원 기업 명단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 작성 주체로 알려진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해당 문건이 진본이며, 의회에 제출됐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이번 명단 지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연기금에 “중국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것으로 명단에 오른 기업들에 대한 미국 투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반도체 구매와 관련한 추가 제재를 한 바 있다.

그동안 미 공화·민주 상원의원들은 “중국의 기술 스파이를 막아야 한다”며 중국군 소유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국방부에 압력을 가해 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지난해 9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당국이 선진 민간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중국군 소유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 또는 지배하는 미국 내 기업 명단을 만들도록 한 법률은 1999년 제정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이 민감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탈취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 명단은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민감한 기술을 중국군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원들은 명단이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기업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가 명단을 지정하면 대통령은 법률에 근거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에서 영업하는 해당 기업을 처벌할 수 있다.

백악관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제재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이 명단은 미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 학술기관이 이들 기업과 협력할 때 경계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