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나 블랙박스 영상 등에 찍힌 ‘화염의 그림자’로 화재의 원인을 찾아내는 분석기법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녹화된 영상의 사각지대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발화지점을 보다 정확하게 추정, 화재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충남소방본부는 25일 충청소방학교에서 화재현장의 화염·그림자가 찍힌 영상을 분석해 발화지점을 찾는 실험을 선보였다. 실험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실시됐다. 두 실험 모두 광원·그림자가 직진한다는 특성을 근거로 삼았다.
첫 번째 실험은 화재가 났을 때 화염의 불빛이 특정 물체를 비춰 생기는 ‘화염의 그림자’를 활용한 발화지점 추적 실험이다. 화염 가까이 있는 물체들, 그리고 화염이 각 물체를 비춰 만들어진 그림자가 찍힌 영상으로 발화지점을 찾는 방식을 이용한다. 두 번째 실험은 구획으로 나뉘어진 곳의 개구부(開口部), 즉 열린 공간을 통해 새어나간 불빛의 반사 정도를 이용한 발화지점 추정 방법이다. 화재현장 주변에 찍힌 벽면이나 주위 구조물에 불빛이 반사된 정도를 활용해 개구부와 화원(火源)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번 실험은 지난달 ‘2020 화재조사 학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천안서북소방서의 ‘광원과 그림자의 특성을 이용한 영상매체 분석기법 개발을 통한 발화지점 판정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도 소방본부는 이번 실험결과를 토대로 연구논문을 보완해 ‘2020 전국 화재조사 학술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손정호 충남소방본부장은 “이번 영상매체 분석기법 재현 실험이 발화지점을 판정하기 어려운 화재현장에서 객관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화염 그림자’로 발화원 찾는다… 충남소방본부 새 분석기법 공개
입력 2020-06-26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