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석 달여 만에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대선 유세를 재개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유세를 강행했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미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유세 집회에 예상보다 적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당초 100만명 이상이 참가 등록을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유세 현장인 BOK센터 행사장에는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2층 좌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이 행사장은 최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내에 이어 야외에서도 한 차례 더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참가 인원이 적어 취소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행사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참가자들의 입장을 막은 탓에 빈 좌석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틱톡’의 10대 이용자들이 유세장 입장권을 신청해 받은 뒤 참석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속도를 늦추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는 양날의 칼”이라며 “미국은 지금까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2500만명 이상을 검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검사를 확대할수록 더 많은 환자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람들에게 검사 속도를 늦추라고 말했다”고 외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는 연설 직후 CNN방송에 “대통령은 분명히 농담한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CNN은 “보건 전문가들이 진단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캠프에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선거 광고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어 있는 관중석을 향해 언론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비난하고, 코로나19 검사 수를 줄일 것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 감축 문제도 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주독미군을 5만명에서 2만5000명으로 줄이자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야 할 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나라가 우리를 벗겨먹고 있다. 계속 벗겨먹게 둘 수 없다”며 동맹국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동맹국들이 그동안 적절한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이를 바로잡고 있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레퍼토리다. 미국으로부터 분담금 인상 요구를 받고 있는 한국 정부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무술인 쿵푸에 빗대 ‘쿵 플루’라고 부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상기시키고 지지자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