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선뜻 수면으로 올리기 어려웠던 사회 문제를 과감하게 작품으로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할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은 스크린에 투영될 가치가 있다’는 넷플릭스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학교 내 따돌림 등을 다룬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4를 공개하면서 도입부에 배우들의 입을 빌려 이런 메시지를 추가했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이야기로 성폭행, 약물 중독 등 여러 문제를 살펴봅니다. 힘든 주제를 조명하면서 시청자가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만약 이런 문제로 혼자 힘들어하고 있다면 부모님, 친구, 학교 상담 교사,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상담 전화를 찾아주세요. 당신이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더 쉬워지니까요.” 배우들의 메시지는 시즌마다 포함됐다.
또 미국의 10대 로맨틱 드라마 영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우울증 등 외면할 수 없는 사회의 이슈를 정면으로 다뤘다. 넷플릭스는 영상에 비슷한 문제를 겪는 시청자에게 필요한 웹사이트를 소개하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할 것을 독려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작품을 바탕으로 한 토론이 열렸다. 넷플릭스는 청소년 성범죄를 담은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공개 후인 지난 4월 29일 ‘스페셜 원데이 클래스’를 마련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범죄학 박사,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등이 강연자로 참석했으며 ‘인간수업’의 배우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 김여진도 자리했다.
10부작인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담았다. 벼랑 끝에 놓인 청소년과 이를 내버려 두는 어른들의 모습은 기울어진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날 강연에서 권 박사는 “궁핍이나 학대에서 비롯된 좌절감은 한 개인을 정신적으로 파괴한다”며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지만 예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했고, 배우 김여진은 “끈질기게 아이들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두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경계 넓히는 넷플릭스… ‘사회문제 해결’에도 뛰어든다
입력 2020-06-16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