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연간 3조원에 이르는 품질 비용을 낮추자”며 품질 혁명을 제안하고 나섰다고 한다. 근로자들이 작업 현장에서 솔선수범해 불량률을 낮추는 등 품질 개선에 노력하고 사측은 고용 유지와 복지에 힘쓰는 ‘윈-윈(win-win)’ 제안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품질 클레임(개선 비용)만 연간 3조원이 들어간다는 사측 주장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품질을 개선해 노조원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자”고 했다. 노조의 제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 간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은 품질력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혁명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세계 자동차산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동기를 맞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4월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4.5% 감소한 가운데 자동차산업은 19.1%나 급감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 가동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 회복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현대차 노사 상생 움직임은 지난해 말 투쟁보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당선되면서 뚜렷해졌다. 이후 사측은 일감과 일자리를 보장하고, 노조는 비용 감축과 품질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내달부터 자동차 업계가 올해 임단협을 본격화할 예정이라 국내 대표 강성 노조로 꼽혔던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은 더욱 주목된다. 수년간 노사 갈등이 심했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4.69% 인상 등을 임단협 요구안에 포함했다고 한다.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는 노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게 아니라 고용안정을 가져올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도 올해는 임금 투쟁보다는 일자리 지키기로 노선을 바꿔야 한다.
[사설] ‘윈-윈’ 선택한 현대차 노조에 주목한다
입력 2020-06-1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