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온 지 벌써 석 달이다. 답답함과 애통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부활한 주님을 맞았지만,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다. 조금 진정되는 듯하나 계속 반복될까 두려워 떨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코로나19는 강제로 우리의 일상을 멈췄다. 입원하고 자가격리되지 않아도 욕심껏 다니며 먹고 하던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의 가빴던 숨은 고요해졌다. 지구 또한 숨을 회복해간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회용품 등 넘쳐나는 쓰레기만 봐도 그러긴 힘들 듯하다. 강제적 쉼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강제된 ‘지구 안식년’이었지만 우리는 여기서 가능성을 본다. 지구온난화가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임이 밝혀지고도 8년이 지나서야 합의된 지구 온도 상승 억제목표(1.5도)는 그저 목표일 뿐 변화는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만 봐도 4분의 1이 줄었다. 강도 맑아진 덕에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이 산란을 위해 인도 해변에 수천 마리가 찾아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제는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느냐다. 어떻게 함께 살고, 살리고자 하는 마음을 먹도록 유도할까. 긴급한 것으로 말하면 코로나19 이상의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기후 위기이고 종의 멸종이다. 그것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응급 상황이다.
코로나19는 기후위기뿐 아니라 생물종의 멸종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멸종 위기의 생물종은 야생 숲을 파괴해 기후 재앙과 치명적 바이러스에 노출된 우리만큼 위험에 놓였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지구의 균형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깨뜨린 탓에 이미 100만종이나 되는 생물종이 멸종했다. 기후가 변하면 생물종도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해 면역력도 없이 무방비 상태의 질병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기온이 오르면 오를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피해는 커지기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19 그 이상으로 말이다.
재앙을 피하려면 다가오는 기후 위기를 막고 생물종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온 것이니, 야생동물과의 관계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미 중국은 불법 야생동물 밀매를 금지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했다. 가축이나 가금류로 간주하지 않는 야생동물의 거래뿐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야생동물을 먹는 것도 금지했다.
아직 남아있는 야생 공간인 숲을 보전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이러지 않으면 인간과 함께 살도록 창조된 생물종 모두가 코로나19 그 이상의 치명상을 입고 죽어갈 수밖에 없다. 벌써 지구의 평균 온도는 1.1도 상승했다. 1.5도를 넘어 회복력을 상실한다면, 빙하가 녹고 고대 바이러스가 나올 텐데 큰일이다.
이만하면 하나님의 생명을 지키고 돌봐야 할 시급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십 년간 기후변화가 지구 평균 온도를 높인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도 무감각했던 우리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이 겪을 고통 앞에 두려워할 줄 알고, 죽어가는 이를 바라보며 애통했으니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리라 본다.
단번에 달라지긴 힘들 수 있다. 연습이 필요하다. 지구를 위협하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일삼고 육식문화에 길든 일상과의 이별을 서둘러보자. 그러면 모두가 하나님의 숨을 골고루 나누어 쉬며, 생명의 주님을 뒤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