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 결과 합산 180석을 차지하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 외에는 의회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이 됐다. 재적의원 과반만 있으면 되는 법안 및 예산 처리는 물론이고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21대 국회 원 구성에서도 야당을 압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입법·예산·인사 등 의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처리를 여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의석 절반(150석)을 넘긴 것만으로도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과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국회 인준이 필요한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동의안도 민주당과 시민당만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야당이 아무리 임명동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여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도 민주당과 시민당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중단할 수 있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의결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추진을 위해 4+1 공조체제를 만드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이제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개헌 자체는 어렵지만, 헌법 개정안 제안은 단독으로 가능하다. 개헌안 제안은 재적의원 과반만 되면 된다.
21대 국회 원 구성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관례상 원내 1당에 국회의장 자리가 주어지고 부의장 두 자리는 나머지 교섭단체가 의석수에 따라 가지게 된다. 바른미래당이 있었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는 제3의 교섭단체가 없기 때문에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부의장 두 자리를 나눠 갖는다. 또 교섭단체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배분되는 상임위원장 자리도 대부분 꿰찰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의 공수처장 추천 시나리오도 나온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당(17석), 열린민주당(3석)이 합칠 경우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들이 야당 몫 1명을 추천하면 공수처장 추천에 필요한 6명을 범여권이 가져가게 된다는 구상이다. 이종걸 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여당이 21대 국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지만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에 불과하다. 그나마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는 군소야당의 존재감도 없다. 민생당은 영패를 당하며 원내에서 퇴장했고, 국민의당은 3석, 정의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6일 “자칫 유권자 3분의 1은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정국이 흘러갈 수 있다. 대통령제는 권력분립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권력융합 형국”이라며 “민주당은 3분의 1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
▶
▶
▶
▶
▶
▶
▶
▶
▶
▶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