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존 레녹스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팬데믹 와중의 평안, 오직 예수 통해서만 가능”

입력 2020-04-17 00:06 수정 2020-04-17 13:23
존 레녹스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왕관 모양의 바이러스가 아닌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에 주목하자”고 말한다. 아바서원 제공

인간은 재난 앞에서 근원적 물음과 마주한다. 계몽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렇게 물었다. “(하나님은) 악을 방지하고픈 마음이 있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가. 그렇다면 그는 무능하다. 능력은 있어도 그럴 마음이 없다면 그는 심술궂다. 그럴 능력도, 마음도 있다면 악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앞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존 레녹스(77)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명예교수가 답했다. 수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레녹스 교수는 리처드 도킨스 등 무신론자들과 공개 토론에 나섰던 기독교 변증가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3일 뒤인 지난달 14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세상,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아바서원)의 원고를 썼다.


20개국에서 출간될 예정인 이 책은 오는 21일 국내에서도 나온다. 레녹스 교수를 지난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9만명을 넘어선 영국에서 아내와 함께 생활한다. 부부 모두 70대라 외식은 물론, 산책을 위한 외출도 조심한다. 레녹스 교수는 “이곳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지만, 확진세가 곧 정점을 찍을 것이란 일말의 희망은 있다”고 담담히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전인 팬데믹 초기에 두 가지를 예측하고 이 책을 썼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세계를 뒤덮을 것이라는 점, 사람들이 삶과 죽음에 관해 고찰할 것이라는 점이다.

레녹스 교수는 “수학자로서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확산세가 빠르리라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이 시작되면 존재에 관한 ‘큰 질문’을 하기 마련인데, 현재 서양의 지배적 세계관은 무신론이다. 코로나19를 ‘신이 없는 증거’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 대답하는 게 중요해 펜을 들었다”고 했다.

책에서 그는 작금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지금은 21세기다. 의학과 질병의 이해에 굉장한 진보가 있었다. 사람들은 유행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그분은 어디에 있는지 많은 사람이 묻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누구에게서 진정한 위안이나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

레녹스 교수는 그 위안과 희망을 기독교 세계관에서 얻을 수 있다고 답한다. 먼저 코로나19와 같은 전 인류적 비극을 하나님의 직접 심판으로 보는 건 기독교적 시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에겐 재난이 하나님의 의지인지, 심판인지를 판단할 어떤 권위도 없다. 비극은 우리가 예외 없이 죽을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하나님과 관계와 영원을 떠올리게 하는 확성기 역할을 한다.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들은 코로나19를 비롯해 암이나 지진 같은 고난이 인간에게 ‘그냥 닥치는 것’이라 해석한다. 자연계는 원래 고통을 수반하며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한다. 생존은 단순히 행운에 달렸다는, 일종의 운명론이다. 이들은 재난을 하나님이 없다는 증거로 본다.

레녹스 교수는 “고통의 방정식에서 하나님을 제거한다고 고통이 없어지는가. 그대로 남아있다. ‘궁극적인 희망’이 제거될 뿐”이라고 응수한다.

그가 말하는 희망은 정의의 문제다. 죄로 오염된 피조세계에선 정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장차 있을 최후의 심판에선 지구의 탄생부터 종말까지 있었던 모든 불의에 완전한 정의가 실현될 것이다. 예수의 부활을 믿는 이는 영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도 파괴할 수 없는, 죽음을 초월한 평화를 준다. 두려움에 갇힌 인류가 왕관 모양의 바이러스가 아닌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96쪽의 책에서 그는 ‘팬데믹 와중의 평안은 오직 예수를 통해 가능하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레녹스 교수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코로나19는 없어져도 예수를 사랑하는 이가 받을 의의 면류관은 절대 사라지지 않으리라. 당신은 하나님이 평안을 줄 것으로 믿는가.”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