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에서 ‘아멘’은 비상등으로 ‘깜빡’

입력 2020-04-13 00:03
부활주일인 12일 서울 서초구 현주차장에서 사상 첫 드라이브인 예배를 드리는 온누리교회 찬양 사역자와 성도들. 강민석 선임기자

12일 서울 잠실자동차극장. 서울대치순복음교회 한별 목사가 대형 탑차 트럭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한 목사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고 외치자 주차된 120여대의 차량에서 일제히 비상등이 깜빡였다. 비상등은 “아멘” 표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두 달간 모이지 못한 교회들이 12일 드라이브인,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형태의 예배로 예수 부활을 축하했다. 성도들은 벅찬 감격 속에 예배를 드렸고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했다.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인근 현주차장에서는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드라이브인 예배를 드렸다. 250여대의 차량에 탑승한 성도들은 안내에 따라 차량 경적을 울리며 반가워했다. 차 안에서 두 손을 들고 가족과 함께 찬송을 불렀다. 차량 라디오 주파수를 88.5㎒에 맞추니 무대 위 찬양 사역자들의 찬송과 대형 트럭 위 반주 사역자들의 연주가 입체적으로 울려 퍼졌다. 성도 이모(50)씨는 “아내와 함께 차 안에서 찬양을 드리며 눈물이 흘렀다”면서 “공동체 예배가 이렇게 소중한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 최인선 목사가 12일 교회 앞마당에서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주의만찬을 진행하고 있다. 은혜드림교회 제공

경북 김천 은혜드림교회(최인선 목사)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 뒤 주의만찬(성찬)을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했다. 총 3단계 중 첫 단계는 ‘웰컴 스테이션’으로 성도들은 여기서 달걀을 받고 30초 정도 인사를 나눴다. ‘주의만찬 스테이션’에는 최인선 목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성도들은 성찬기에 담긴 휴대용 성찬 물품을 받은 뒤 최 목사의 기도에 이어 성찬식을 진행했다. 마지막 ‘미션 스테이션’에선 15일간의 복음서 통독 기록 노트를 정리했다. 차 한 대가 3단계를 지나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 목사는 “드라이브 스루 성찬은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해 고민하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는 이날부터 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키로 했다. 교회는 1~5부 다섯 차례 예배를 드렸다. 교회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사전 등록한 교인만 비접촉 체온계로 열을 잰 뒤 출입하게 했다. 2400석 규모의 본당에는 400명 남짓한 교인만 앉았다. 장의자에는 3명씩만 앉도록 안내했다. 앞뒤로도 한 칸씩 간격을 띄웠다. 교인들은 예배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본당 좌석에 성도들의 사진을 부착하고 실시간 온라인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에는 교역자와 중직자 등이 참석했으며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오정현 목사는 “6주간 온라인 예배로 목양 사역의 한계가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면서 “목자의 심정으로 성도 각각의 얼굴을 기억하며 공동체의 사명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부활기념 감사예배를 오는 26일로 연기했다.

서울 소망교회(김경진 목사)는 온라인 예배로 드린 부활주일예배 헌금을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노숙인, 작은 교회 등을 돕는 일에 사용하기로 했다.

신상목 서윤경 우성규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