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게임은 되고, 음주·무면허 운전은 안 된다.’ 정의당이 15일 전국위원회에서 전력 논란에 휩싸인 비례대표 1번 후보 류호정 당 청년 공동선대위원장과 6번 신장식 당 사법개혁특위위원장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대학시절 대리게임으로 게임 등급을 올린 류 후보는 적격, 네 차례 음주·무면허 운전을 한 신 후보는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신 후보는 당 결정에 따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신 후보의 잘못은 13~14년 전 일이다. 당의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 오래전 일이었고, 그는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일자 정의당이 뒤늦게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사퇴 권고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반면 류 후보에 대해서는 불찰을 인정하면서도 사퇴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게임계에서 대리게임은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 부정행위다. 류 후보는 2014년 대학 시절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주변 사람이 대신하게 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게임 등급을 ‘골드1’에서 ‘다이아5’로 올렸고, 이듬해 게임회사 정규직 전환 때 이 등급을 적시했다. 내용면에서 대리시험으로 성적을 올린 것과 데칼코마니다. 그는 이 경력을 바탕으로 IT 업체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 등으로 활동했고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되려고 한다.
류 후보의 상징성은 20대 청년이라는 점에 있다. 당선과 다름없는 1번에 배치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청년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해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기준에 부합한 신 후보를 쳐낸 정의당이 반칙한 류 후보를 두둔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진보의 중요한 가치, 도덕을 무시한 정의당은 정의롭지도 않고 진보를 논할 자격도 없다.
[사설] 정의당, 정의롭지 못하다
입력 2020-03-1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