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재기?… 웃지못한 대형마트 깜짝 매출

입력 2020-02-27 04:01
마스크를 낀 쇼핑객들이 26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먹거리 등 생필품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는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평일 오후이다보니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카트마다 라면, 즉석밥, 냉동만두, 생수 등 생필품 위주의 상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트 입구에서 소독제를 뿌리고 난 뒤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장을 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장을 보러 왔다는 임모(50)씨는 먹거리 위주로 50만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했다. 임씨는 “사재기를 하는 건 아니고 삼형제를 키우다보니 2주치 장 본 게 이 정도 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의 생필품 구매가 늘고 있다. 임씨처럼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즉석밥,라면, 쌀, 생수, 통조림 등 주요 생필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75%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즉석밥 36.9%, 라면 55.5%, 쌀 55.4%, 생수 37.5%. 통조림 75.6%로 1.5배 안팎씩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생필품을 포함해 전체 매출이 3~5% 증가했고, 홈플러스도 유입객과 생필품 위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 대형마트 이용객과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임씨처럼 최소 1주 이상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생필품의 필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까지 개학이 늦춰지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부 기업들이 재택근무 체제로 들어가면서 가족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점이 생필품 대량 구매의 이유로 꼽힌다.

온라인몰에서 마스크 주문 취소 등을 겪거나 배송 지연을 겪은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서울 은평구에서 소규모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서주은(56)씨는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장사가 너무 안돼 속상했는데 갑자기 쌀, 라면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오나 안 오나 기다리느니 집 앞에 나와서 사는 게 속 편하다고 손님들이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불안심리가 생필품 ‘사재기’로 이어지는 것으로도 분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찾는 제품들을 보면 먹거리나 휴지, 샴푸, 세제 같은 생활용품이 많다”며 “가전제품처럼 단가가 높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은 여전히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필요에 따른 구매든, 사재기든 적어도 1~2주 이상을 감안한 구매”라며 “한동안 다시 마트를 찾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