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단, 또다른 뇌관되나

입력 2020-02-25 04:04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한국인 여행객들이 짐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 한국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스라엘 외교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을 심각하게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 안동교구 이스라엘 성지순례단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8~16일 성지순례에 참가했던 39명 가운데 확진자가 30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들 중 일부는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돼 2차, 3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4일 경북도, 의성군, 안동시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가한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 39명(가이드 1명 서울 포함) 가운데 1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의성 20명, 안동 6명, 영주 1명, 영덕 1명, 예천 1명, 서울(가이드) 1명이다.

확진자 중 상당수는 귀국 다음날부터 공중시설 온천 식당 등에 갔거나 직장 출근, 단체활동에 참가했다. 의성지역 확진자 19명 가운데 3명만 줄곧 집에 있었고 16명은 외부 활동을 해왔다. A씨는 지난 18일 마트에 두 차례 들렀고 19일엔 성당과 온천을 찾았다. C씨는 17∼19일 요양보호 활동을 했고, D씨는 안동 산악회 모임에 참석했으며, E씨는 사흘 동안 아이돌보미로 일했다. 또 안동지역 확진자 6명 중 일부는 시내 서점이나 성당에서 일했다. 이들과 접촉한 사람은 전날까지만 183명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접촉자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개연성이 다분하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으로 감염됐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8박9일간 머무른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미발생국이며 순례단이 귀국한 뒤에도 1주일 가까이 발생 소식이 없다.

잠복기(14일)를 고려했을 때 누군가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출국했다 돌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탑승한 항공기 승객, 인천공항 근무자들 가운데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남은 가능성은 인천공항에서 타고 내려온 리무진버스에서 감염됐는지다. 이 버스 2대는 차고지가 모두 대구다. 그런데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버스기사 2명에 대해 감염 검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는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무진버스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지만 파악한 건 없다”고 했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이들을 전용 버스로 데려와 수련원 등에 일단 격리할 계획이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