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무대 별’이었던 코비, ‘하늘의 별’이 되다

입력 2020-01-28 04:04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전 LA 레이커스)가 27일(한국시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해 농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브라이언트(왼쪽)와 이날 함께 숨진 둘째 딸 지아나가 미국대학농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사진 속 장면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AP연합뉴스

27일(한국시간)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토론토 랩터스의 정규리그 경기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AT&T 센터.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토론토의 가드 프레드 밴블리트가 첫 24초 동안 공을 가진 채 보내 공격 제한 시간 위반에 걸렸다. 이어 샌안토니오의 가드 디존테 머리도 똑같이 24초를 그냥 보내며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관중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한 사람의 이름을 연호했다. 등번호 24번을 달았던 불세출의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2)에 대한 농구 후배들의 추모 현장이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은퇴 후 NBA를 대표했던 대선수는 너무나 허망하게 팬들과 이별했다. LA 레이커스의 전설 브라이언트는 이날 자신의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중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에서 추락사로 목숨을 잃었다. 둘째 딸 지아나(13)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996년 NBA에 데뷔한 뒤 2016년 은퇴할 때까지 레이커스에서만 뛴 브라이언트는 화려한 개인기와 폭발적 득점력을 과시하며 ‘가장 조던과 흡사한 유형의 선수’로 꼽혔다.

브라이언트(노란 유니폼)가 현역 시절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의 수비를 뚫고 득점하는 모습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AP연합뉴스

브라이언트는 1999-2000시즌 생애 첫 20점 이상 평균득점(22.5득점)과 함께 NBA 우승을 거머쥐면서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브라이언트는 당시 리그 최고 센터 샤킬 오닐과 뛰며 2001-2002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쓰리핏’을 달성했다. 레이커스 이후 쓰리핏을 일군 팀은 현재까지 없다.

오닐의 이적 뒤인 2009년과 2010년에 올스타급 센터 파우 가솔과 힘을 합쳐 정상에 재등정하는 등 총 5번 팀에 우승을 안겼고 두 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득점에 관한 한 브라이언트는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NBA 통산 3만3643점으로 카림 압둘 자바, 칼 말론,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4위에 올랐다. 2006년 1월 22일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 81점을 넣어 월트 체임벌린(100점)에 이은 한 경기 최다 득점 2위를 기록했다. 5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25회로 체임벌린(118경기), 조던(31경기)에 이어 역대 3위다.

특히 2016년 4월 14일 열린 유타 재즈와의 은퇴경기에서 60득점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NBA 역대 최다인 18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올스타 최우수선수(MVP) 4회 수상의 위업을 달성했다. 레이커스는 그의 업적을 기려 브라이언트의 선수 시절 등번호인 8번과 24번을 모두 영구 결번 처리했다.

레이커스의 홈구장인 LA 스테이플스센터 인근 마이크로소프트 스퀘어에서 브라이언트를 기리는 촛불을 놓고 있는 팬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가 농구영웅의 너무 이른 죽음을 슬퍼했다. 조던은 “브라이언트는 강력한 경쟁자이자 농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였다”고 추모했다. 오닐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형제 브라이언트를 잃은 슬픔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비통해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각각 트위터에 브라이언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가수 앨리샤 키스와 보이즈 투맨은 그를 추모하는 공연을 헌정하기도 했다.

전날 브라이언트를 제치고 NBA 통산 득점 3위에 오른 제임스(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득점기록이 깨진 뒤 “경의를 표한다”며 제임스에 축하를 전했는데 이는 그의 마지막 트윗이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