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가 2020년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을 두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한·일 관계를 언급하지 않으며 무시하는 전략을 택한 데서 선회한 셈이다.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2014년 이후 처음 나왔다.
아베 총리는 20일 개원한 제201차 정기국회(중·참의원)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관계 개선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 후 한국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면서도 “자유와 민주주의 등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2013·2014년)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2015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이웃나라”(2016·2017년) 등 한국을 따로 언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시정방침 연설에서는 한·일 관계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할 결의가 있다”며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해 가겠다”며 한국을 언급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북한의 군사 위협이 고조되면서 역내 안보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도쿄올림픽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국과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관광객 유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 외교연설에서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말했다. 외무상은 2014년 이후 올해까지 7년 연속 외교연설에서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또 도쿄 지요다구 도라노몬에 있는 미쓰이빌딩에 새롭게 만든 ‘영토·주권 전시관’ 개관식을 가졌다. 2018년 1월 처음 개관한 것보다 규모를 7배나 키웠다. 일본은 이 전시관을 통해 독도 외에 러시아, 중국과 각각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쿠릴 4개섬(북방영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홍보전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잇따라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