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개혁 총대 옥상옥 해묵은 논쟁 종지부

입력 2019-12-31 04:05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투표건 부결로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일명 공수처법)’에 대해 가결하고 있다. 뉴시스

23년 동안 반복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30일로 종지부를 찍었다. 공수처 설치는 수차례 선거 공약으로 오르내렸고, 검찰 개혁 여론이 힘을 얻을 때마다 대안으로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야가 찬반을 바꿔가며 충돌하기도 했다.

공수처 설치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1996년 참여연대가 검찰의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하는 부패방지법 입법 청원운동을 벌이면서다. 다음 해인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해당 아이디어를 빌려 ‘부패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검찰과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수사권 없는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으로 논쟁이 마무리됐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놨고,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자 그해 11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을 발의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했고, 결국 무산됐다.

이후에도 선거가 다가오거나 검사 비위가 터져 검찰 개혁론이 힘을 얻을 때마다 공수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때로는 보수 정당에서 공수처 설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사 스폰서’ 사태가 터졌을 때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공수처 신설을 검토하자고 제안했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공수처 설치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두 번의 대선에서 꾸준히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공수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당은 공수처를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여긴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공수처 법안을 비롯한 검찰 개혁 법안을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웠고,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국면을 거치면서 ‘검찰 견제 방안’으로서 공수처 설치 당위성을 강조하며 추진력을 얻었다.

막판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가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공수처법은 무난하게 통과됐다. 협의체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첩보 보고 조항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도 추가로 발의해 처리키로 했다.

신재희 심희정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