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 내년 정체 예상에도 신흥국·친환경차 중심 개선 기대

입력 2019-12-30 04:08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올해 중국, 인도에서마저 성장세가 꺾였다. 다만 내년에는 전반적인 정체 속에서도 신흥국, 친환경차 시장 중심으로 올해보다 상황이 소폭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보성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지난 27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대비 5% 감소한 8695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0.4% 늘어난 8730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지속적인 비중 확대와 더불어 주요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도 올해보다 30% 가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내년 자동차 판매는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이 판매물량 조정에 나서면서 판매량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럽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1756만대로 지난해보다 1%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3% 감소한 1703만대로 전망된다.

반면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은 반등 요인이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구매가 늘어나는 특수로 올해보다 3.9% 판매가 늘면서 3년 만에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전기차 50만대 보급을 목표로 향후 3년간 전기차에 대한 도로세와 등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는 내용의 전기차 보급정책을 지난 24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 올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6% 줄었다. 내년에도 경기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지만 신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올해보다는 소폭 증가해 177만대가량이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자동차 업계의 키워드는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차 등에 대한 투자, 그리고 이에 따른 원가 절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모빌리티, 전동화 등과 관련해 투자하는 업체들이 미국은 구조조정, 일본은 기존 부문 비용 줄이기, 폭스바겐은 내연기관 경쟁력 강화 등을 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도 고민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