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에 이어 KT를 이끌 수장으로 낙점된 구현모(사진)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2년간 KT에 몸담은 구 신임 회장 후보자가 누구보다 내부 사정에 밝고, 그룹 내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만큼 신사업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7일 KT 이사회가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한 구 후보자는 KT의 전략적 인수·합병(M&A)과 자회사 관리 업무를 담당해 그룹 전반에 걸쳐 높은 이해도와 풍부한 경험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맡으며 회사의 전략과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는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특히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인 나스미디어를 인수, 알짜 자회사로 성장시켰다. 또 2009년 통신업계 최대 화두였던 KT-KTF 합병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유료방송 M&A, 미디어 사업 확장 추진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는 IPTV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만큼 통신 분야 외에도 미디어 사업 등에서 경영수완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케이블방송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KT는 합산규제에 막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경쟁사들이 KT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CJ헬로 합산 점유율이 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산 점유율이 23.9%로 KT와의 격차가 6% 포인트에 불과하다.
내년 본격화되는 5G 사업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설비투자 비용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가입자 증가속도가 주춤하는 등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 5G·인공지능(AI), 기업간거래(B2B)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조직 내 통합을 이루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난제다. 2014년 황 회장 취임 이후 첫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 때문에 KT 새노조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그를 ‘황창규 키즈’로 분류하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경쟁사가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통해 내년도 사업 구상 마련에 일찌감치 돌입한 반면 KT는 차기 회장 선임 이슈에 매몰돼 준비가 늦춰진 만큼 서둘러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행히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KT 출신이 CEO 자리에 앉게 된 만큼 발 빠른 대처와 수습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있다. 이에 따라 임기를 마치지 않은 황 회장과 논의를 거쳐 조직개편과 인사도 이르면 다음 달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CEO 역할 수행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KT는 이번 후보자 선임 과정에서 임기 중 법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과실이나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구 후보자가 황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연루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29일 “향후 재판 리스크가 있음에도 구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그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