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박함과 위기의식 짙은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

입력 2019-12-30 04:01
새해 대외 환경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1년6개월간 이어온 보복관세전을 일단 멈췄다. 하지만 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탈취,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등 ‘뜨거운 감자’는 건드리지도 않은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은 내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기를 고려할 때 2017~2018년 같은 호황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수출 환경이 이렇게 불확실하면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둔화 추세이고, 기업 설비투자는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29일 주요 경제단체장들의 2020년 신년사에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짙게 배어났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2020년은 지난해보다 더 거친 파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실리 추구를 명분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 같다”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라 안의 여건도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기득권 구조 장벽이 그대로 존재해 우리 경제가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이 상시화했는데 되풀이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세계 무역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 우리 수출은 기존의 성장 모델만으로는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허 회장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새 틀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며 “낡은 규제,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길을 터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정책 기조가 ‘기업 활력 제고’로 전환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도 규제 혁파와 혁신성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경총 손 회장이 제안한 유연근로제 활성화 입법,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 개편, 근로조건 개별·유연화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할 때다. 기업인들도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