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투철한 반제 자주적 입장과 억척불변의 의지로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며 혁명발전을 더욱 가속시키고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200여명의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당 중앙검사위원들이 참여해 북한의 주요 노선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다. 북한이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을 처음 제시한 것(2013년 3월)도,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것(2018년 4월)도 전원회의를 통해서였다.
북한은 2016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열던 관례를 깨고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은 ‘새로운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관건적인 시기’라고 했다.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얘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이 이번 회의를 소집하면서 유독 강조한 단어가 ‘자주’ ‘자력부강’이다. 북·미 협상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보다 분명한 건 내년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북·미 대화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북한이 연일 말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 위원장 모습을 노출시키는 것 역시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좋지 않은 조짐들이다. 북한이 대화 포기를 선언하고 대결 노선으로 회귀할 경우 결과는 뻔하다. 다시 고난의 행군이다. 내년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동시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끝나는 북한으로선 중요한 한 해다. 김 위원장에게 가장 절실한 건 성과다. 그 성과는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걸 김 위원장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끝내 대화를 포기하겠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설] 北, 스스로 무덤 파는 결정 말라
입력 2019-12-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