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일 위안부 합의 위헌심판 대상 아냐” 각하

입력 2019-12-28 04:0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여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고, 이에 따라 심판 대상 자체가 안 된다는 의미다.

헌재는 27일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이 사건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라며 “외교 정책적 판단에 대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합의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법적 권리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취지다. 각하는 헌법소원청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박근혜정부 시절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약 100억원) 출연 등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일본의 조치 이행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문제가 됐다. 졸속·밀실 합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016년 3월 헌법소원을 냈고, 그 결과가 3년 9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헌재는 2011년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정부는 이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고,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민변 측은 각하 결정에 대해 “피해자들의 상처와 기다림을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헌재 결정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NHK는 “헌재 결정에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돼 문재인정부 대응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악화된 한·일관계에 한국의 사법 판단이 다시 악영향을 주는 사태는 피했다”고 평가했다.

허경구 장지영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