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해온 서울시가 그린벨트 현황 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향후 그린벨트 관리 방안 수립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두고 그동안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6월 그린벨트 현황 조사에 대한 용역을 도시계획 및 환경 분야의 복수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맡겼다”며 “한 달 후 조사에 착수했고 내년 12월 마무리를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차원에서 진행되는 ‘그린벨트 관리 방안 및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는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서울시나 서울 인접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는 절대 안 된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용역 조사를 계기로 박 시장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그린벨트 훼손 현황이 파악되면 완전히 훼손돼 복구가 어려운 그린벨트 지역의 경우 부동산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해제하는 것까지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1~5등급으로 나뉘는데, 해제·개발은 환경적인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3~5등급지를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30만㎡ 이하 소규모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은 시·도지사가 갖는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용역으로 보긴 어렵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평소 신념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며 “그린벨트가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워낙 많아 향후 관리 방안을 명확히 수립하려는 목적에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그린벨트가 ‘최후의 보루’이고 ‘미래 세대에게 남겨줘야 할 유산’이라 지켜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 왔다. 또 서울에 부동산 공급은 이미 충분하며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해 복구가 불가능한 그린벨트의 경우 택지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훼손 정도가 큰 지역은 (택지로) 활용할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도 “회복이 불가능한 지역의 향후 활용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도 이번 용역에 포함돼 있다”며 “용역 결과가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