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민일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의 면면을 보면 올 한 해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의 관심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고의 책 ‘질문하는 신학’을 제외한 올해의 책 14권을 소개한다.
토닥토닥 성교육, 혼자 고민하지 마(토기장이)는 청소년의 성과 연애에 관한 성경적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매년 어린이·청소년 부문은 평균적으로 전문가 추천이 비교적 적었지만, 이 책만은 이례적으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강영란 샘솟는기쁨 대표는 “여성 목회자로서 교회에서 말하지 않았던 연애와 성에 대해 직접화법으로 건강한 성 가치관을 기독교 교육 안에서 풀어냈다”고 했다. 만화로 읽는 천로역정(생명의말씀사)은 성경 다음으로 널리 읽힌 ‘천로역정’을 다음세대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교회 일각의 몰상식과 극우주의를 극복해보자는 국내 신학자의 제안이 담긴 책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비아토르)의 저자 최종원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는 한국교회가 교회 밖 타자도 포용하고, 세상과 유기적 관계를 맺어갈 것을 당부한다. 이근복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은 “성경이란 텍스트가 교회를 넘어 인문학적 상상력과 시선으로 콘텍스트와 맞물렸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치밀한 분석으로 밝혀냄으로 교회 개혁의 길을 바르게 제시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공공신학으로 가는 길(도서출판 100)은 신진 신학자가 세계의 공공신학 흐름을 소개하며 한국교회의 사회참여 방향을 제시한다. 오수경 청어람ARMC 팀장은 “신학계의 중요 담론 중 하나로 부상한 공공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지형도를 그렸다”고 추천했다. 종교사회학자가 쓴 강요된 청빈(이레서원)에는 적지 않은 목회자가 겪고 있는 경제적 빈곤 문제와 대안이 담겨 주목받았다.
올 한 해 기독 출판계에서 단연 선호된 해외 저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팀 켈러다.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 등은 교보문고 선정 2019년 연간 베스트셀러 종교 분야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팀 켈러의 인생질문(두란노) 역시 올해의 책 목회·신학 부문에서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한민 아르카 대표는 “삶과 성경에 대한 질문에 답함에 있어 팀 켈러만큼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는 저자는 흔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기독교사의 거장 시드니 알스트롬의 미국 기독교사(복있는사람)도 팀 켈러의 저작만큼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경환 과학과신학의대화 기획실장은 “한국 기독교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 기독교사를 가장 풍성하게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한 줄 평을 전했다. ‘그리스도인은 환대로 구원받는다’는 명제로 타자를 대상으로 한 환대의 중요성을 역설한 환대와 구원(새물결플러스)도 적지 않은 추천을 받아 순위에 올랐다.
“일반 도서에 ‘82년생 김지영’이 있다면 기독교계엔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있다.”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목사의 비혼주의자 마리아(IVP) 추천평의 일부다. 이 책은 웹툰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으로 교계 안팎에서 호응을 얻었다. 송 목사는 “남녀 공히 온전한 주체와 형상으로 바라보게 한 선지자적 메시지로 훗날 높이 평가받을 것”이라 치하했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교회와 가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차별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려놓았다. 용기 있고 박수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기독교계 SNS 스타로 떠오른 ‘햇살콩’의 하나님의 때(규장)는 교보문고나 예스24 등 주요 인터넷 서점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24 관계자는 “유명 목회자의 신작도 인기를 끌었지만, 햇살콩같이 젊은 작가의 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인생의 상처와 문제로 주님을 재발견하는 책도 널리 추천을 받았다. 폭풍 속의 가정(두란노)은 러시아 고아원에서 입양한 두 아들을 포함해 다섯 아들을 둔 신학자가 말하는 성경적 가정관에 대한 책이다. 고태석 토기장이 마케팅팀장은 “깨어지고 상처받는 가정에서 하나님이 정답이 돼주는 것을 경험해보라. 모든 부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했다.
어느 방탕한 사역자의 노트(그리심)엔 촉망받던 신학자가 간음으로 이혼과 재혼을 겪고 트럭운전사로 지내며 느낀 반성과 성화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이런 사람이 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나 싶지만, 정직하고 반성 어린 마음으로 자신의 죄악을 묘사한다”며 “주제의 독특성에 있어서도 가치 있는 책으로 꼭 읽어보길 권한다”고 했다.
이메일 확인, 양치, 설거지 등 작은 일상에서 은혜를 발견한 책도 주목을 받았다. 오늘이라는 예배(IVP)는 김혜정 CUP 대표로부터 “하루를 거룩하게 사는 것이 특별한 예배의 장임을 보여주는 책”이라며 “일상의 내공 있는 사색이 돋보인다”는 평을 얻었다. 안녕, 기독교(토기장이)는 “평범한 일상과 언어로 신앙을 풀어낸 수작”(이동준 푸른나무교회 목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양민경 기자
‘좋은 책을 내고 추천해주신 기독 출판사와 한 줄 평을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귀한 책들을 다 담아내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