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러 부산 오이소”… 블록버스터급 전시 잇따른다

입력 2019-12-26 04:01
부산 주요 미술관과 화랑들이 국내외 스타 작가의 전시를 유치해 전국 단위 관람객과 컬렉터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조현화랑 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서보 개인전 전경.

부산 해운대의 전통적 랜드마크 파라다이스 호텔이 면한 해운대해변로. 이 거리가 부산 화랑가의 신거점으로 변신 중이다. 호텔 맞은편에 30년 역사를 가진 지역 화랑의 맏형 조현화랑이 이달 중순 분점을 내고 개관전으로 단색화의 대표주자 박서보(88) 개인전을 열고 있다. 같은 건물 2층에는 데이트갤러리가 이전해 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부산영화제로 유명한 부산이 블록버스터급 전시로 미술 허브로 부상하며 ‘영화+미술’ 쌍끌이 채비를 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인 ‘이우환공간’(2015년 오픈)과 부산현대미술관(2018) 등 현대 미술 인프라를 갖추고 국제적 스타작가를 유치하며 전국 단위 미술애호가들에게 손짓한다. 이에 고무된 듯 정체됐던 지역 화랑들도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공간에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69)의 국내 첫 개인전이 한창이다. 곰리는 ‘뿌리내리는 자’ 연작의 조각 4점과 드로잉 등 신작을 4월 19일까지 열리는 한국 전시에 최초로 공개했다. 영국 최고 권위의 터너상 수상자인 곰리는 자신의 몸을 석고로 떠서 인물상을 만드는 작업으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우환공간에서 하는 첫 기획전으로, 이우환의 작품 세계와 맥을 같이 하는 외국 작가를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중심가와 떨어진 접근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친화적인 현대 미술을 소개해 성가를 올리고 있다. 일등공신은 세계적 작가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설치 작품 ‘레인룸’이다. 전시장에 비가 쏟아지는데도 사람이 걸어가면 인체 온도 감지 센서에 의해 젖지 않는 신기한 체험이 입소문 나며 전국에서 관람객이 다녀간다.

수영구의 옛 고려제강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F1963’에는 서울의 국제갤러리가 지난해 8월 분점을 냈다. 첫 분점으로 해외가 아닌 부산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지역 화랑에 자극이 되고 있다.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본점이 있는 조현화랑이 해운대에 2호점을 낸 것은 이런 분위기에 고무돼서다. 달맞이길은 부산 화랑가 1번지였으나 미술시장이 위축되며 올 들어 3개 이상 화랑이 문을 닫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조현화랑은 해운대점 개관을 기념해 박서보 작가가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선보인 ‘후기 묘법’ 시리즈를 집중 조명한다. 부산 화랑으로는 최초로 2018년부터 홍콩 아트바젤에 진출한 조현화랑은 내년에 박서보 개인전 형식으로 홍콩 바젤에 나간다. 최근 해외 아트페어 경험이 풍부한 갤러리2 정재호 대표를 총괄 디렉터로 영입해 해외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데이트갤러리도 70년대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표주자인 이건용(77) 개인전을 재개관전으로 유치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산=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