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밑 온정 줄었다는데 아직 희망 거둘 때 아니다

입력 2019-12-26 04:05
연말 기부의 손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집안이 어려우면 형제간에 우애라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불경기에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마저 얼어붙고 있다니 겨울이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20일 시작한 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 운동인 ‘희망2020 나눔 캠페인’에는 24일 현재 1976억원이 모였다. 다음 달 말까지 잡아둔 모금목표액 4257억원의 46.4%가 달성돼 서울 광화문 등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는 46.4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지난해에 비해 빠른 속도다. 하지만 지난 23일 하루에 갑자기 10도가 뛰었는데 금액이 큰 기업의 기부가 쏠려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고, 전날까지만 본다면 오히려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날까지 기부에 동참한 개인은 50만1753명으로 지난해 65만8441명보다 15만명 이상 줄었다.

세밑 거리모금의 대표 격인 구세군 자선냄비도 형편이 비슷하다. 23일 현재까지 거리 모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가량 줄었다고 한다. 구세군 냄비 모금액은 2016년 40억4300만원, 2017년 39억3700만원, 지난해에는 34억98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구세군은 이 때문에 올해 자선냄비 수를 443개에서 353개로 줄였고, 아예 모금목표액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100원이라도 귀하게 여기겠다는 뜻이라고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부 문화가 퇴조하는 배경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모금과 관련해 몇 차례 불거진 잡음 등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취업과 입시 등의 경쟁이 격화되고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익명으로 거액을 쾌척하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해진다. 자기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기부에 기꺼이 동참하는 훈훈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있어 아직 희망을 거두기는 이르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아직 연말까지 남은 날이 적지 않다. 비단 연말연시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기부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